카카오(035720)뱅크가 출범 2년도 되지 않아 분기 흑자를 기록하는 등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주주인 카카오 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앞으로 있을 금융당국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긍정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하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다 금융당국이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를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 고려해야 하는지 여부를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해놓은 상태라 결과에 따라 변수는 남아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카카오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카카오뱅크의 지분 34%까지 보유해 최대주주가 될 수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는 것이다.
14일 카카오뱅크는 지난 1·4분기 65억6,6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출범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1·4분기에 신규 고객과 여수신 실적 등이 크게 개선됐다. 고객 수는 891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15.9% 증가했고 수신 규모는 14조8,971억원, 여신 규모는 9조6,665억원으로 각각 37.8%, 6.4%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분기 흑자를 넘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전체 930만계좌 중 활동 계좌 수는 700만에 달하고 매월 카카오뱅크 접속 고객 수는 650만으로 국내 은행을 통틀어 2위에 해당한다”며 “쉽고 간편한 금융을 선보이는 은행이라는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대출, 주식거래 등을 연계하는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이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계열사 공시를 누락하려는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카카오뱅크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감이 걷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재판부는 “적어도 피고인은 공정위에 허위자료가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은 했다고 보인다”며 “다만 미필적이나마 고의를 인정할 만큼 허위자료 제출을 용인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으나 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골프와친구·모두다·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빠뜨렸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으나 김 의장 측은 벌금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됐다. 변수는 검찰이 항소하면 2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 유상증자 타이밍 등을 놓쳐 경영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 기업이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이나 금융 관련법 등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금융위도 지난달 말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김 의장도 심사 범위에 넣어야 하는지 여부를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분기 흑자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도 대주주 리스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서민우·백주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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