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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韓, 창의적 사고환경 못갖춰…'빨리빨리 문화'가 미스매치 불러"

■세션3 주제강연

재외한인학자들이 보는 한국 과학의 문제점

15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Youth Forum:기초과학의 미래를 말하다’에서 정상욱 럿거스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성형주기자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의 ‘칸막이를 허물어라-창의와 소통’ 세션에서 서은숙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성형주기자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한 데 한국에서는 잘 안됩니다. 문제가 돼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상욱 미 럿거스대 교수, 서은숙 미 메릴랜드대 교수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은 16일 ‘서울포럼 2019’에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없는 한국 과학계의 분위기를 질타하며 다양성과 깊이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한국인 중 노벨물리학상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평가받는 정 교수는 이날 ‘칸막이를 허물어라-창의와 소통’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세션 강연 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 안 했던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는 분위기가 중요한데 한국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교수는 아버지가 프랑스인이고 지금은 일본에 살아서 유럽과 아시아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조카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조카에게 프랑스와 일본을 비교했을 때 창의성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니 일본은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본인이 연장자·손아랫사람·남자·여자 등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항상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생각한 다음에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하지만 프랑스는 다르다”며 “그냥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자유로운 생각을 할 때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의 지적도 정 교수와 다르지 않았다. 강연 전 본지와 만난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노베이션(혁신)을 말하지만 사고방식은 안정성 우선으로 가고 있다”며 “문제가 돼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들이 해놓은 연구만 하려해

자유로운 생각할때 새로움 나와

짧은 시간에 대박 기대는 잘못

中 ‘천인계획’처럼 인재 유치를



기본적인 사회 분위기가 남들보다 튀면 안 되다 보니 연구 주제 자체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은 남들이 안 했던 과학을 하기보다는 남들이 해놓은 다음에 하려고 한다”며 “그게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기도 하지만 그 성과는 첫 연구를 했던 사람의 업적이 된다”고 진단했다.

기초과학은 빠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인데 우리는 신속한 결과부터 바란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 교수는 “기초과학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로 단숨에 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기초과학에) 한국이 많이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많이 투입했으니 짧은 시간에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아무리 갑자기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외 한인 과학자들이 내놓는 해법은 ‘기초과학으로 눈을 돌려라’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응용과학·기술개발 등을 통해 빠르게 결실을 얻어 고속성장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더 뻗어 나가려면 기초과학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과학을 논과 밭, 풀과 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큰 강줄기로 비유했다. 사람들은 풀과 나무로 대변되는 ‘혁신상품’만 생각하며 왜 강줄기(기초과학)를 키우냐고 하지만 이제는 강줄기에 집중할 때라는 뜻이다. 서 교수는 “기초과학은 모든 것의 근원적인 질문을 찾는 것”이라며 “과학기술과 문명이 발전하게 된 기본에 있는 것이 기초과학이다. 집을 지어도 기반을 튼튼히 해야 높이 오르고 오래도 간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한국 과학기술계 전반에 대한 제언도 빼놓지 않았다. 정 교수는 강연을 통해 “스위스와 같이 한국에 ‘아시안사이언스센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는 과학자들이 모여 대화하고 젊은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이언스센터가 스위스를 비롯해 곳곳에 있는데 아시아에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과학, 지리적으로 보면 한국은 센터를 개소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며 특히 제주도와 북한의 원산 등을 후보지로 제시했다. 일본은 기초과학 수준이 워낙 탄탄하고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학 수준은 물론 지리적으로도 이들 사이에 있는 한국이 사이언스센터를 유치하면 이들 나라와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한국과학 연구의 다양화, 저변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의 중요성도 짚었다. 서 교수는 “중국은 몇 년 전부터 1,000명의 해외에 나간 중국인 인재를 국내로 돌아오게 하자는 ‘천인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인도도 실리콘밸리에서 훈련 시킨 자국 인재를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로 유도하고 있다”며 “상당히 스마트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난 1970년대 재미 과학자를 국내로 영입했을 때는 조국에 대한 사랑 등으로 유도했지만 그런 것에 호소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력관리 면에서 한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규·김지영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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