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와 경비 분야 용역업을 하는 A사의 김택호(가명) 대표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사업의 존폐가 달려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계약 업체에 제공하는 서비스 원가의 대부분이 인건비인데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1%나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최저임금이 상승했으니 용역료를 올려달라고 하면 ‘알겠다’고 답하는 원청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오히려 계약 규모를 줄이거나 불경기를 이유로 인건비 인상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용역료를 올려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내년 최저임금이 3% 이상 오르면 이익은커녕 기존 계약도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공포로 다가온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박한수(가명)씨는 “한정식의 특성상 인력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한계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경기로 매출은 2017년 상반기에 비해 20~30% 줄었지만 인건비는 그 이상 늘었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매장 직원을 줄이거나 낮은 가격의 식재료로 대체하는 등 원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없는 손님이 줄어드는 마당에 사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300인 이하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벌인 결과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이 69.0%로 나타났다. ‘3% 이내’에서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17.8%, ‘3~5%’는 9.7%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은 사회나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서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속도 조절’이 아닌 ‘동결’을 원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해 11월26일자 보도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최선봉에 선 최저임금이 과속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경영난에 몰아넣고 있는 만큼 2020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들에 올해 최저임금의 적정성을 물은 결과 ‘매우 높다’가 26.8%, ‘다소 높다’가 35.8%로 나타나는 등 높다는 의견이 62.8%에 달했다. ‘보통’이라는 응답도 35.7%로 집계됐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했지만 입법에 실패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55.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31.2%는 ‘필요 없다’고 응답했고 13.8%는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필요한 개선방안으로는 △최저임금 구분적용(65.8%)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 능력 추가(29.7%) △결정주기 확대(19.5%) △결정구조 이원화(15.3%) 순으로 응답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이렇게까지 중소기업인이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한 적은 없었다”며 “소상공인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적용 가능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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