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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최저임금 부담에 투자는 꿈도 못꿔"

[기업투자 脈을 살리자] <중>고비용 구조에 멈춰선 투자시계

투자 2년새 29조→18조로 줄여

치솟는 인건비에 해외이전 늘어

기업 해외 직접투자는 역대최고

"최저임금 속도조절" 목소리 높아





국내 설비투자 지표를 한 꺼풀 벗겨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상황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은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2019 설비투자전망’에 따르면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 2016년 137조원에서 지난해 145조원으로 8조원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투자는 29조3,000억원에서 18조3,000억원으로 11조원이나 줄었다. 중소기업의 투자 감소는 대기업의 생산설비 해외이전에 따라 동반 진출한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해외로 이전한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지난해 16.4%, 올해 10.9% 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중소기업의 해외이전을 해외탈출로 만들었다.

국내에 투자를 결정한 대기업이라고 해서 쉬운 상황은 아니다.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은 경영진을 지치게 했다. 현대차(005380)는 최저임금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아 노조와 합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현대차 임금체계개선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말 노조에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취업규칙 변경안을 제안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노사의 의견이 한 발짝도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부터는 최저임금법 위반 시 회사 대표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우선은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향후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등의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다. 현대차의 직원 평균 연봉은 대기업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9,200만원에 달하지만 최저임금 문제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자영업자들뿐만 아니라 고연봉자들이 많은 대기업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을 0.97% 인상하고 상여금 800% 중 300%를 월별 분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건 아니다. 정부의 목표대로 내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게 되면 다시 한 번 노사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노조가 최저임금 인상을 지렛대로 활용해 경영진을 압박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문제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골칫거리가 된 것은 인상 속도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누적)은 29.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평균 인상률(14.3%)의 2배에 달했다. 특히 산업 경쟁국인 일본(6.2%)과 독일(3.9%)에 비해 4~7배나 가팔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기업들의 국내외 투자 관련 통계를 보면 기업들의 고민이 엿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478억달러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올 1·4분기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인 -10.8%에 그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정부의 급진적인 경제정책에 따른 각종 부작용은 정부 부처 내에서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최저임금은 너무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있으면 반드시 부작용이 있으며, 이제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도 13일 ‘한국 정부와의 2019년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는 “소득 불균형은 싱가포르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였다”며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책정해 문제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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