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회식문화 실종 등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노래방들이 유령회사를 내세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가세 부담을 덜고 이른바 ‘도우미’를 부르는 수입원을 숨기는 방식이다. 정작 노래방 점주들은 “하루에 한 팀도 못 받는 일이 다반사”라며 장사를 이어가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최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게임제작 개발을 한다는 유령회사를 세우고 인근 노래방 점주들에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며 수수료를 챙긴 허모(59)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허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강서구·양천구 소재 노래방 등 33개 업체에 4억3,500만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 205장을 발급했다. 노래방 점주는 자신이 얻은 수익에 대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10% 부가세 부담을 낮추고, 대신 발행해준 업체에 2~3% 수수료를 내는 수법이다.
본지가 33곳 업체 목록을 확인하고 이 중 노래방 7곳을 지난달 27일과 31일 두 차례 걸쳐 직접 방문해보니 최근에도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노래방 점주들은 서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이러한 정보들을 서로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손님들이 몇 명 왔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는 업체, 경찰 단속 여부, 기피해야 할 손님 등 여러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강서구 소재 A노래방 점주는 “장사도 안 되는데 업체들과 거래할 때 다른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받아 세금을 아낀다”고 말했다. 이어 B노래방 점주는 “술을 판매하거나 도우미를 부르게 되면 사실 불법이기 때문에 다른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 노래방으로 업종을 등록하면 술을 팔 수 있는 단란주점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점을 이용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과태료 및 과세를 피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래방 점주들은 이렇게 해도 장사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경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직장인들의 회식 후 ‘2차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인데다 최근 ‘미투’ 등으로 예민해 손님들이 끊겼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강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해온 한 점주는 “더는 못할 거 같아서 얼마 전 가게를 6,000만원에 내놓았는데 몇 달째 안 팔리고 있다”며 “우리 딸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얼른 팔고 나오라는데 6,000만원도 남는 게 없는데 더 낮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래방의 점주도 “하루에 한 팀도 못 받는 날이 지난주에 세 번 있었다”며 “내가 아는 주변 노래방의 90%가 문을 닫거나 가게를 내놓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손구민·이희조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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