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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상수지 적자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 아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4월 경상수지가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 한은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눈치다. 한은은 “계절적 배당지급 요인으로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이전소득수지 적자 규모가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웃돌았다”며 적자가 일회성 요인으로 발생했음을 강조했다. 정부의 생각도 한은의 진단과 별로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재정적자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재정적자는 외국인 배당이 집중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5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서면서 연간으로 보면 6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과 정부의 이런 판단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외국인 배당은 매년 4월이면 이뤄졌다. 올해에만 특이하게 생긴 현상이 아니다. 배당적자 규모는 49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의 63억6,000만달러보다 많이 줄었다. 매년 4월이면 외국인 배당에 따른 적자가 발생하는데 그 금액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면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결국 4월 상품수지 흑자가 5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의 96억2,000만달러보다 크게 축소된 것이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수출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이미 6개월째 감소세다. 반도체 경기는 애초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던 데서 내년 이후로 넘어가는 분위기며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내려가고 있어 수출회복은 적어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경상수지가 6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정부의 자신감 넘친 전망은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궁금하다.



언젠가부터 청와대를 비롯해 여당과 정부 인사들은 경제가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근거로 내놓는 지표와 통계를 보면 자의적으로 입맛에 맞게 골라냈거나 지금 현실에 맞지 않는 지나간 것들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당정청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경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등 경제 원로들은 이구동성으로 최악의 경제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꼭 경상수지 적자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를 포함한 우리 경제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제발 안이한 현실인식에서 벗어나 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방향을 돌려놓을 묘안을 짜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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