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위성방송, 케이블TV 등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는 유료 방송에 가입하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도 시청할 수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사들로부터 방송신호를 직접 공급받거나 공중으로 흐르고 있는 방송 신호를 안테나로 수신(Air Catch)해 가입자들에게 송신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상파 방송 재송신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가입자를 모집하는 중요한 열쇠다. 실제로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시청자들의 53%가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유료방송서비스로 전환할 의향이 많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넣어주는 대가로 홈쇼핑 업체들로부터 막대한 송출수수료 수입도 얻고 있다.
저작권의 관점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방송 재송신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과 방송신호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일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무단으로 재송신하면서 발생했던 이른바 ‘재송신 분쟁’은 올 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승리로 확정됐다.
케이블TV사업자들은 “공익을 위해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해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지상파 방송사의 허락이 없는 방송 재송신은 불법행위라고 못 박았고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사에 손해를 배상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과거 무단 송출한 기간에 대해 가입자 한 명당 월 280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게 됐다.
10년을 끌어온 재송신 분쟁 쟁점들은 위 판결로 대부분 해소됐다. 다만 앞으로의 재송신 사용료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다툼의 대상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방송 재송신은 전기·통신·수도와 같은 필수재가 아니어서 정부가 개입할 명분은 크지 않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사실 방송 재송신 없이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결국 재송신 대가는 정부의 개입없이 시장원리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 바람직한다고 보여진다. 정부가 재송신 대가를 시장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규제한다면, 한류 붐을 주도해 온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 유료방송 플랫폼도 위기를 맞게 되지 않을까.
※필자 개인의 견해로서 법무법인 세종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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