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생 의회민주주의자로서 국회를 중히 여기셨는데 국회 중진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내지 못해 면목 없게 생각합니다.”
국회가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여야 대립으로 파행 중인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상도동계 전현직 의원을 포함한 2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 ‘정치 실종’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20일 ‘김영삼-상도동 50주년 기념’ 행사를 주최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화의 선배와 동지 여러분들이 얼마나 YS와 고난의 길을 걸었나. 그 민주화를 꽃피우는 장이 바로 국회”라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김 전 대통령은 ‘모든 나랏일은 국회에서 결정돼야 하고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평생의 지론을 갖고 계셨다”며 “지금 국회가 이 깊은 뜻을 새겨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고 각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계기로 두 달간 국회 밖에서 대립하고 있는 여야에 합의의 정신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김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국민적 지도자로 등장한 계기인 ‘질산 테러 사건’ 50년을 기념해 서울 동작구 김영상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열렸다. 1969년 정체불명의 청년들이 질산(초산)이 담긴 병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가 탄 차량에 투척한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은 “이 테러는 (3선 개헌에 반대한) 김영삼을 죽이기 위해 중앙정보부에서 음모한 것”이라며 군사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에 40대 기수론을 발표하며 군사정권에 맞서는 국민적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아울러 올해는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터전이라 할 수 있는 ‘상도동’으로 이주한 지 5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는 문 의장과 정 의원을 비롯해 김 전 대통령의 아내 손명숙 여사,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등 20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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