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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신과 함께 이승편'] 재개발·철거민의 쓰디쓴 현실...감동·묵직한 메시지 담아 전달

선과 악·약자와 강자속에서 갈등

원작의 상상력·따뜻함은 그대로

이달 29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

창작 가무극 ‘신과 함께 이승편’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창작 가무극 ‘신과 함께 이승편’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창작 가무극 ‘신과 함께 이승편’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예술단


형편없는 레시피로 만든다고 해도 원료 자체로 뛰어난 감동적인 요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가 바로 그렇다. 이 작품을 영화화한 두 편의 영화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보다 앞선 2015년 서울예술단의 창작 가무극으로 탄생한 ‘신과 함께 저승편’도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신과 함께 이승편’ 역시 원작의 따뜻한 감동은 그대로 전하되 우리 사회의 쓰디쓴 맛을 가미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유난히 특별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집, 그리고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의 소재를 적나라하게 그리지만 만화적 상상력과 따뜻한 판타지로 마무리돼 씁쓸함을 달래며 감동을 만들어낸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여덟 살 동현이의 집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돼 둘은 집을 떠나야 한다. 성주신(집에 깃들어 집을 지키는 가신 중 하나)과 조왕신(부엌을 맡는 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신(사람의 형상을 함)해 두 사람을 돕기로 의기투합한다. 인간이 도울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신이 나서서 돕는 것이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저승 명부에 포함돼 차사 해원맥과 덕춘이 나타난다. 조왕신은 해원맥과 덕춘을 설득해 석 달의 시간을 번다. 그 사이 철거 용역들이 주민들을 위협하고 동현이와 할아버지를 비롯한 주민들은 서로 의지하고 때로는 배신으로 반목한다.



원작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철거용역 팀장 박성호다. 약한 자는 선하고 강한 자는 악한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선과 악, 약자와 강자의 개념을 확장한 캐릭터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는 철거민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이해하지만 생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철거 용역일을 시작했다. 연민, 양심의 가책, 미래, 밥벌이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 선택지 중에서 그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이를 통해 선과 악, 약자와 강자의 속성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한다. 주호민 작가는 “실은 강·약과 선·악은 전혀 상관없는 가치인데 선한 자는 약자, 강한 자는 강자로 그려지는 것 같아 ‘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원작에서도 박성호를 투입했었다”며 “창작 가무극에서는 박성호의 비중을 보다 확대해 고민하던 지점이 해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용산 참사가 원작 웹툰의 모티브라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가무극에서는 철거민에 대한 이야기가 보다 처절하게 그려진다. 가무극을 쓴 한아름 작가는 용산을 비롯해 청계천 등 다양한 철거지역을 꼼꼼히 조사해 현실성을 높이면서 원작에서의 철거민과 집 그리고 사람이라는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었다. 한 작가는 “우리 역사에 너무나 많은 개발들이 있었고 시대에 대한 부채감이 생겼다”며 “특히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구호가 너무나 가슴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집은 무엇이고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를 낸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015년 ‘신과 함께 저승편’은 LED 스크린 바닥 등 화려하고 환상적인 무대로 극찬을 받았다. 이번 ‘이승편’에서는 철거민들의 현실을 사실주의적으로 구현하되 인간미가 넘치는 가족과 이웃들은 따뜻하게 그려냈다. 음악은 강렬함과 서정성이 교차하며 묵직한 여운을 만들어 낸다.

한편 성주신 역은 고창석, 박성호는 오종혁, 해원맥은 최정수, 덕춘은 김건혜, 조왕신은 송문선, 할아버지는 박석용, 동현은 이윤우가 각각 연기한다. 오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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