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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위도 문화제로 변칙 신고..."광화문광장 집회 휴무제 고민해야"

[광화문광장 시민을 품어라]

'태극기' 매주 토요일 집회...민노총 모이면 5만명 달해

내달 총파업·최저임금 심의 등 겹쳐 시위 몸살 불보듯

"광장에 휴식" 조례 개정 검토...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

서울시가 25일 오전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대한애국당 천막을 강제철거하자, 이날 오후 대한애국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다시 천막을 세우고 있다./성형주기자






광화문광장 주변은 매주 토요일이면 태극기집회로, 평일에도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많게는 수만명을 끌어모으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 집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건전한 여가와 문화를 위해 조성된 광화문광장에서도 변칙적인 방법을 앞세운 사실상의 불법 집회·시위가 벌어진다. 허가제로 운영되지만 과격한 집회·시위의 가능성이 예상되더라도 ‘캠페인·문화제’로 신청하면 지방자치단체도 반려할 방법이 없다. 광화문광장과 주변이 좌우 정치대결과 노동계 시위로 몸살을 앓으면서 시민들은 “통행조차 할 수 없다” “걷기도 싫어진다”는 불만을 거세게 토해내고 있다. 건전한 의견 표출을 넘어 이념대결의 장으로 변질된 광화문광장에 이제는 ‘휴식을 줘야 한다’는 제도적 개선을 향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태극기에 민주노총까지 ‘와글와글’…광장 내부서도 변칙 ‘문화제’ 시위=고병국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종로1)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광화문광장 주변 집회 신고 현황’을 25일 서울경제가 분석한 결과 태극기 계열 집회는 매주 토요일 빠짐없이 시위를 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천만인무죄석방본부’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이 주요 집회 세력으로 하루 기준으로 적게는 1,000명, 많게는 1만명을 동원했다. 민주노총의 시위 건수는 태극기집회의 절반도 되지 못했지만 일단 한번 개최되면 대규모 인파를 끌어모았다. 지난해 3월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자 민주노총은 같은 달 24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저지 집회’를 열어 5만명을 모았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 6월30일 비정규직 철폐 전국 노동자 대회를 개최해 또다시 5만명을 모았으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추진된 지난해 11월10일에는 총 6만명을 동원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최저임금 등 노동 이슈, 택시 생존권 사수 등 카풀 문제, 여성 문제 등으로 사실상의 집회·시위가 15건 개최됐다.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광장의 사용 목적을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으로 규정해 집회·시위는 제외돼 있음에도 캠페인·문화제 등으로 변칙 신고해 허가를 따내고 있다. 이념의 양극화로 치닫는 광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대의민주주의제도가 있는데도 광장이 과열되고 있다”며 “기득권 세력까지 동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광장에 휴식 주자” 목소리에 조례 개정도 검토=올해도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은 서울시가 이날 오전 자신들이 지난달 설치한 천막의 철거(행정대집행)에 나서자 천막 여섯 동을 다시 세웠다. 인지연 공화당 대변인은 “서울시청 앞과 서울광장에서도 천막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해 서울시와의 ‘천막 눈치게임’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 이후 ‘문재인 정권과의 투쟁’을 선포한 민주노총의 시위도 광화문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한 이상 광화문은 다시 ‘노총의 안마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민주노총 투쟁의 신호탄 성격인 ‘문재인 정부 노동탄압 규탄 권역별 결의대회’는 광화문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오는 29일 개최된다. 민주노총은 또 ‘미국정부의 무기강매, 대북제재강요’를 규탄한다는 명목의 ‘NO 트럼프 범국민대회’를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함께 연다. 최저임금심의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각종 노동 이슈가 몰려 있는 시점이어서 광화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집회·시위에 몸살을 앓는 사람들은 종로구 등 주변 주민들이다. 서울시도 ‘광장과 그 주변의 집회·시위가 지나칠 정도로 많아 주민 불편이 심각하다’는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집회·시위와 관련해 광화문광장의 운영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휴무일을 지정하자는 이야기도 (열린 광장 시민위원회의) 논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주변 주요 시위현황


◇‘규제’ 못지않게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하지만 엄연히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조례로 제한할 수는 없다. 김의승 서울시 대변인은 새롭게 설치된 공화당의 천막에 대해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어 설치를 무조건 못하게 강제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는 행정절차에 맞춰 계고장을 보내고 행정대집행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회·시위를 할 때 시민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고 의원은 “과도한 집회·시위로 직간접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며 “집회·시위 문화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법 제도에도 기대기 어려운 이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호소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광장이 명실상부하게 진정한 민주주의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현·이희조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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