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철소 고로 안전밸브와 관련해 불거진 논란은 원칙만을 앞세운 관료들의 태도로 피해를 입는 기업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철강업계는 즉각 반발했고 산업통상자원부마저 환경부 설득에 나섰다. 결국 환경부와 지자체·철강업계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찾기로 했지만 조업정지 처분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화학물질관리법 역시 기업을 옥죄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현장 점검을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부담이 너무 크다”는 산업계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내년 1월부터 유해물질 취급 시설 충족 기준이 79개에서 최대 413개로 늘고 저압가스 배관검사가 의무화돼서다. 최근 환경부가 기존 시설에 한해 압력 모니터링이나 자동차단시스템 등을 설치하면 내압 검사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로 했지만 2015년 이후 준공된 공장은 여전히 배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대 재해 발생 후 다시 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일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급박한 위험에 대한 실체적 요건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감독관의 자의적인 작업중지 명령 관행을 해소하기 어려운 탓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게 아니라 중단 조치가 남발될까 걱정하는 것”이라며 “작업중지 기준에 대해서 앞으로 정부가 별도 지침을 마련해 업계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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