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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 그 어떤 요리를 담아도…'옻'이 날개네!

천연 소재로 만든 옻칠식기

음식의 맛에 '편안함' 더해

살균성 높아 유해균 박멸도

강레오 셰프가 만든 녹색으로 옻칠된 우든 볼




요리사로 첫 월급을 받은 지가 벌써 올해로 만 26년이 됐지만 요리를 하면서 늘 하는 고민이 있다. 지금 이 음식은 어느 접시에 담을까? 어디에 담아야 좋을까?

포슬린, 본차이나, 방짜유기, 은(실버), 코퍼(동) 등. 여러 가지 식기를 경험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야 만나게 된 옻칠식기는 그간 사용해온 식기와는 뭔가 다른 고급스러움과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 식기였다.

2년 전 처음 옻칠에 빠져서 직접 옻칠 제품을 제작하려고 여러 공방을 찾아다니며 경험한 적이 있다. 그동안 모아놓은 식기들만 해도 언제든 레스토랑 한 개는 거뜬히 오픈할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 현재 컨테이너에 한가득하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는 식기에 옻칠을 올려 리폼을 생각했지만, 옻칠을 배우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요리사로서 그간 필요했거나 누구든 만들어줬으면 하는 형태의 그릇을 떠올리게 됐고 그렇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새로운 그릇들이 만들어졌다.

손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신선하고 풍부한 맛이 음식이라면, 공예가의 생각이 느껴지는 옻칠 그릇을 통해 느껴지는 맛도 분명 음식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인이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완성한 칠기에는 나무가 갖는 부드러움과 따뜻함, 편안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천연의 소재이기 때문에 화학도료처럼 건강을 해친다는 불안도 없다. 싫증이 생기지 않으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칠기는 물건을 소중하게 하는 마음조차 키워준다.

천연의 소재인 옻에는 독성도 전혀 없다. 옻에 포함되는 성분 우루시올은 살균성과 항균성을 가지고 있다. 옻칠한 그릇에 대장균이나 MRSA(황색포도상구균)을 떨어뜨려 놓으면 4시간 후에는 균의 숫자가 반감되며 14시간 후에는 모든 유해균이 소멸된다고 한다. 옻은 산 ·알칼리·알코올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손상으로부터도 안전하다. 천연 옻(칠)만의 좋은 향도 가지고 있다.



옻칠식기는 우리가 아는 그 어떤 화학도료에 비해 단단하고 내구성이 우수하다.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수천 년도 넘게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수천 년 이상 땅속에서 썩지 않고 그대로 발굴이 되는 여러 형태의 옻칠 장신구와 그릇들을 볼 수 있다.

현대의 옻칠은 여러 가지 색상으로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다양한 디자인으로 우리 생활에 여러 형태로 녹아들었다. 전통의 느낌보다는 옻칠을 통해 모던하고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여러 공예품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나무와 가죽, 유기, 유리, 삼베 등 다양한 식기나 소품이 옻칠을 통해 또 다른 느낌으로 우리 생활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리만큼이나 식기는 정말 중요하다. 그동안 접시를 구입해서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접시 위에 올렸지만, 지금은 그릇에 담을 음식을 떠올리고 식기를 만들게 된다. 그렇게 옻칠을 통해 요리에 대한 상상력이 커지고 넓어진 느낌이 든다. 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옻칠로 인해 내 음식이 더욱 깊어지고 한층 격이 높아진 느낌이랄까.

요리사는 손님과 신뢰를 쌓으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내가 직접 농사를 짓고 농사지은 재료로 직접 요리를 하고 내가 직접 만든 접시 위에 올릴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손님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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