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소재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컨슈머 로봇, 헬스케어 솔루션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국가의 미래과학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연구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2013년부터 10년간 총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정치적 갈등으로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소재 및 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과학기술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가 국내 산업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9일 2019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정테마 연구지원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혁신적인 반도체 소재 및 소자·공정 기술 △차세대 디스플레이 △컨슈머 로봇 △진단 및 헬스케어 솔루션 등 4개 분야에서 총 15개 과제가 선정됐다. 혁신적인 반도체 소재 및 소자·공정 기술 분야에서는 △이온 이동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윤태식 명지대 교수) △낸드플래시메모리를 100층 이상 집적하기 위한 신규 소재(송윤흡 한양대 교수)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이형순 중앙대 교수) 등 반도체 소자 구조와 소재를 획기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과제 6개가 선정됐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청색 발광 소재의 효율 한계 극복(김태경 홍익대 교수) △홀로그램용 공간 변조 기술 연구(김휘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 △나노와이어 기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연구(김재균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수) 등 5개 과제가 꼽혔다. 컨슈머 로봇 분야에서는 △로봇 피부에서 압력·온도·거리·진동 등을 감지하는 말초신경계 광섬유센서 개발(김창석 부산대 김창석 교수) 등 2개 과제가, 진단 및 헬스케어 솔루션 분야에서는 △미세먼지를 크기와 종류별로 구별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공기정화기술(유용상 KIST 교수) 등 2개 과제가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2013년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기초과학)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소재·ICT)를 설립해 민간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연구지원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지난해까지 기초과학 분야 149건, 소재기술 분야 132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147건 등 총 428건의 연구과제에 5,38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여기에는 서울대·KAIST·포스텍 등 국내 대학과 KIST·고등과학원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의 교수급 1,000여명을 포함, 총 7,300여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한 연구성과를 자체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학계·산업계와 공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구축해 국가 전체의 과학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미래과학기술육성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한일관계 경색으로 부품소재 속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정부도 최근 사태를 계기로 조만간 부품·소재 육성 계획을 내놓아 기초과학 육성에 힘을 보태게 된다. 시장에서는 한국도 일본처럼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과 정부, 중소 부품·소재 업체들이 연구개발(R&D)과 제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서로 연계해 체계적으로 관련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기술 사용자인 민간 기업과 정부의 역할은 다르다”며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개별적으로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가 사용자인 민간 기업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마중물이 되는 자금을 지원하는 등 민관의 체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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