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달 제자리걸음을 하며 경기악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경제활동 침체 조짐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도 돼지고기를 비롯한 식품류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당국의 소비자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저성장·고물가 상태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팽배해지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0.3%)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 상승률은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선행지표 중 하나로, PPI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것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해 중반까지 줄곧 4%대를 유지하다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부터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SCMP는 “PPI 하락은 제조업체들이 생산한 상품에 대해 제값을 받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소비자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를 기록했으며, 특히 일부 식품 가격은 두자릿수로 치솟았다. 과일 가격은 42.7% 폭등해 전체 물가 수준을 끌어올렸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돈육 가격도 21.1% 나 급등했다. 양고기(9.8%), 계란(6.2%)의 가격상승 폭도 상대적으로 컸다.
중국의 월간 CPI 상승률은 1∼2월까지만 해도 1%대의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3월부터 2%대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이어왔다. SCMP는 “중국 당국이 지속적인 물가 상승 추세에 따른 소비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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