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에콰도르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에 대한 예금보험공사의 미회수 채권이 51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해외 도피 중인 정 전 회장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인 셋째 아들인 보근씨 등을 통해 회수 작업을 해왔지만 정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사실상 손실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본지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예보가 보유한 정 전 회장의 미회수 채권은 51억원 규모다. 예보 자회사인 케이알앤씨는 지난 1999년 제일은행과 현대생명·부산2저축은행 등 부실금융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연대보증채무 및 손해배상채무 1,753억8,000만원을 인수해 확보했다. 현재까지 회수된 채권은 3억7,000만원이고 1,698억8,000만원은 회수 자체가 어려워 일찌감치 털어냈다. 그나마 회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채권은 51억원 정도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부실채권 51억원에 대한 회수 가능성이 더 낮아지게 됐다. 예보는 지난 20년간 정 전 회장의 연대보증을 선 셋째 아들 보근씨 등을 통해 회수작업을 해왔지만 3억7,000억원만 건졌다. 예보 측은 “(정 전 회장의) 남은 채권에 대해 끝까지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20년 동안 회수한 금액이 4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비해 앞으로 회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사자가 사망하고 재산 상속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채권 회수가 어렵지만 정 전 회장의 남은 51억원은 셋째 아들인 보근씨 등이 연대보증인을 섰기 때문에 보근씨의 은닉재산이 드러나면 회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보근씨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새로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체납세금이 최우선으로 환수되기 때문에 예보가 회수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의 국세 체납액은 2,225억원2,700만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보가 가지고 있는 채권이 체납 금액에 비해 적은 액수라 (연대보증인의 숨겨진 재산이) 새로 발견되더라도 회수 기회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채권별 소멸시효도 문제다. 채권 유지를 위해 소멸시효를 연장할 수 있지만 보통 2~3회 정도 연장하면 해당 채권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는 게 예보 측의 설명이다. 소멸시효 신청 한번에 10년이 연장되는데 20~30년간 받지 못한 돈은 그 이후에도 돌려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두 차례나 연장한 유원건설 관련 채권은 오는 2025년 소멸한다. 예보는 이미 나머지 채권에 대해 한 차례씩 모두 소멸 시효를 연장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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