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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헤게모니 싸움 격화...시험대 오른 韓군사력

영공 침범 이어 中 국방백서에 '사드' 첫 언급

日 혼란 틈타 독도 영유권 망발 등

안보 불안에도 靑·국방부 엇박자

정의용(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청와대에서 거북선 모형을 뒤에 둔 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24일 내놓은 2019 국방백서에 한국의 고고도방어체계미사일(THADD·사드)가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와 함께 초계 연합훈련을 하던 중 독도 영공을 침범,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사드 문제를 수면 위로 띄운 것이다. 사드는 한중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로, 그간 양국은 사드에 대해 가급적 거론하지 않는 식으로 임시 봉인 상태를 유지해왔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중러의 연합 공중 도발과 사드 재공론화가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 보좌관의 방한 기간에 맞춰 이뤄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부러 노린 타이밍이라 단언할 순 없지만 결과적으론 격화하는 동북아 헤게모니 싸움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 됐다고 평가했다.

동해와 사드는 미국과 중국이 신(新) 안보 패권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핵심 지점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국방백서는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지역 전략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해 버렸고 지역 국가의 전략 및 안전 이익을 크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혼란을 틈 타 일본은 독도 영유권 망언에 더해 자위대를 출격시키면서 한일 갈등을 경제에서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했다. 이에 대해 미8군 사령관 출신인 버나드 샴포 예비역 중장은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중러가 동북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최근 삐걱대는 한일 공조를 시험해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 고리 약화에 한일 갈등 증폭까지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국방부


이처럼 동북아 안보 지형이 격동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영공 침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엇박자를 냈다. 청와대는 “러시아 측에서 기기 오작동과 깊은 유감을 언급했다”고 설명했지만 국방부는 “러시아로부터 영공 침범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조종사가 안전을 위협했다는 공식 전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안보 불안을 키우는 미숙한 대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장 이후 동맹의 기본적인 역할과 미국의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교수는 “독자적 능력 강화도 해야 하지만 중러를 상대할 만한 군사적 역량은 갖출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전통적 동맹도 강화하고, 무엇보다 한반도 정책을 북한에만 맞춰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영현·김인엽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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