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병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동해연구회 회장 주성재 경희대 교수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데이터베이스에 지난해 8월 이후 별칭으로 ‘동해(East Sea)’가 들어갔다”며 동해 병기 움직임에 진전이 있음을 내비쳤다.
주 교수는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 교수는 “일본해(Sea of Japan)가 (미국 지명위가 정한) 명칭인데 작년 8월 이후 별칭(variant name)으로 ‘East Sea’가 들어갔고 ‘Donghae’가 들어갔다”면서 “지명위가 나름대로 밸런스를 취한 것이고 별칭에 들어간 것은 진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지명위원회의 결정을 이유로 ‘일본해’ 명칭을 쓰고 있다. 지난 5월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방문할 때 ‘일본해’ 명칭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 국무부는 지명위의 결정이라며 “일본과 한국이 이 사안에 있어 동의할만한 방법에 도달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동해 병기 흐름에 대해 “일본이 국제회의는 물론 학술회의에서도 ‘동해’가 들어가면 틀리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사사건건 동해 표기가 들어간 것만 보면 (자기들의)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독도가 들어가는 문서만 나오면 일본이 (자체) 매뉴얼에 따라 꼭 발언하고 있는데 지금은 동해까지 갔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엔 전문가그룹회의에서도 우리가 정보제공 차원으로 제공한 보고서에 일본이 계속 ‘정치적 어젠다’라고 강력 발언했다”며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반응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는 지도에 표기하는 것이고 기술적 문제라고 보는데 일본이 자꾸 정치적 문제로 만들어 가고 있고 일본의 강력한 페이스에 어떻게 우리가 대응하느냐가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국제기구에서 (동해 병기) 문제를 (우리가)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우리가 먼저 얘기하는 그런 포지션은 아닌 걸로 안다”고 전했다. 동석한 유의상 전 국제표기명칭대사는 “최근 들어 일본 스스로가 (동해) 병기가 늘어나는 걸 자각하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면 안 되겠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전세계 지도 중 동해를 병기한 지도는 2.8%에 그쳤으나 2009년 28.1%, 2014년엔 40% 정도까지 늘었다. 주 교수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근거해서 좀 더 설득력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동해 표기는 한민족 정체성의 표현이고 이 표기는 한민족의 인권 보호이며 우리가 부르는 이름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건 사회정의 실현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동해연구회는 이날부터 31일까지 버지니아주에서 ‘제25회 동해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자리엔 조지프 스톨트만 미 웨스턴미시건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 약 4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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