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부 계획대로 기술자립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1990년대부터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을 수립해 실천에 옮겼다. 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만들었고 2010년 ‘10대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이번처럼 일본의 공격에 노출된 것은 세계에서 일본만이 만들 수 있는 고급 부품과 고급 소재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껏 단 한번도 일본과의 무역역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이는 소재·부품 국산화를 구호로만 주장했을 뿐 보다 더 근본이 되는 기초과학 연구를 소홀히 한 결과다. 기초과학은 당장 결과물을 만들 수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일본이 지금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바탕에는 전후 기초과학에 꾸준히 투자해 배출한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우리가 진정한 기술자립을 이루려면 그 밑에 기초과학이라는 탄탄한 토대부터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난 30년 가까이 부품과 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한결같이 외쳤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는 전철을 되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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