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 본토로 향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번 주말 예정된 폴란드 방문을 29일(현지시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제2차 세계대전 개전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주말인 오는 31과 내달 1일 폴란드를 방문한 뒤 덴마크를 찾을 계획이었다고 의회 전문 매체인 더 힐이 보도했다. 폴란드 방문 기간 중 블라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회담할 예정이라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이던 지난 27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우주군 창설’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자신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연방 정부의 모든 자원이 곧 도착할 폭풍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는 이번 주말 나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폴란드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 방문 일정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열대성 폭풍이었던 도리안은 허리케인으로 세력을 키워 북상, 이르면 주말인 오는 31일 4등급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 해안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상 당국은 도리안이 시속 130마일의 강풍과 폭풍우를 동반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리안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 이래 플로리다 동부 해안을 강타할 첫 번째 4등급 이상의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플로리다 주 정부는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도리안의 상륙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허리케인 도리안 상륙을 이유로 폴란드 방문을 이틀 전 갑자기 취소한 것을 두고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수성’해야 할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 민심을 잡기 위한 차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플로리다 주는 그 승패가 전체 대선 성적을 좌우하는 가늠자로 여겨질 정도로 역대 대선에서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스타일과 맞물려 덴마크에 이은 이번 폴란드 방문 취소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