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날카로운 수렵용 화살촉인 ‘브로드 헤드(broad head)’가 인터넷 등을 통해 아무런 제약 없이 버젓이 팔려 나가고 있다. 최근 전북 군산에서 길고양이가 브로드헤드에 박힌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관련 제품이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생명까지 해치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 헤드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전 연령대에 아무런 제약 없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브로드 헤드 6개가 든 묶음이 2만8,000원에 판매 중이다. 한 개에 4,000~5,000원꼴인 셈이다. 해당 판매 글에는 ‘사냥용 화살 헌팅 촉’이라는 문구가 제품 설명에 버젓이 포함돼 있었다. 구매 가능한 연령이나 자격 등 구매자 조건에 제한은 없다. 3개짜리 한 묶음을 1만4,000원에 판매하는 판매자 역시 구매자 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해당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방송이 나간 이후 내부에서 관련 협의를 하던 중이었다”며 “브로드 헤드의 구입 조건을 강화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브로드 헤드의 무분별한 판매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는 동물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 인원은 2014년 262명에서 지난해 592명으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가 늘고 있는데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살상할 수 있는 무기가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되는 것은 문제”라며 “브로드 헤드의 판매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로드 헤드와 같은 화살촉은 인명도 해칠 수 있는 무기지만 관련법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수 동물법 전문 변호사는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실탄이나 산탄 등은 ‘총포’나 ‘화약류’의 정의에 포함해 규제한다”면서도 “브로드 헤드와 같은 화살촉 자체는 ‘석궁’의 정의에 포함시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20일 브로드 헤드를 엄격히 규제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후 7시 기준 57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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