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유상증자에 따른 일반주주 가치 하락이 우려되며 가뜩이나 하락세가 이어졌던 코스닥시장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코스닥 상장사들이 공시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로 지난해 8월 478억원의 약 5배에 달한다. 특히 와이솔(122990)(532억원), 좋은사람들(033340)(560억원) 2개사가 5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고 그 외 100억원 이상은 액트(131400)(139억원), 에이디칩스(054630)(211억원), 유지인트(195990)(200억원), 이화전기(024810)(250억원), 나인컴플렉스(082660)(266억원), 넵튠(217270)(100억원), 와이제이엠게임즈(193250)(120억원) 등 7개다. 이달 들어서도 현성바이탈(204990)(183억원), 리켐(131100)(200억원), 골든센츄리(900280)(308억원) 등이 유상증자에 나섰다.
대체로 시설·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와이솔은 유상증자 공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장중 8.9% 하락한 1만3,3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좋은사람들도 지난달 29일 23.43% 급락에 이어 30일 장중 6.87% 하락한 3,455원으로 신저가를 찍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시가총액의 절반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골든센츄리는 이달 2일 장 마감 후 시설·운영자금 308억원 규모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골든센츄리 시총은 2일 678억원에서 이날 급락으로 52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락장에서의 유상증자는 발행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주가치 하락 효과가 상승장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주가가 하락하면 특히 주주 배정·공모 방식의 경우 신주 발행가격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6일 종가 기준 4년 7개월여 만의 최저치인 551.50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소폭 반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반등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주가 하락 가능성을 무릅쓰고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어지는 것은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좋은사람들은 상반기 30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에이디칩스는 상반기 13억원 영업손실로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등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 중 상당수가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사례라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상증자는 대체로 주주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히 주가 하락기에는 대주주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결정이지만 그럼에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것은 그만큼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강한 상황임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