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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조금 다를 뿐...조현병 환자도 보통 사람

■론 파워스 지음, 심심 펴냄

퓰리처상 수상한 저널리스트 아버지

두 아들의 조현병 전후로 바뀐 삶과

혐오·편견으로 점철된 정신질환 역사

객관적 자료와 담담한 어조로 훑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안타까운 아픔

숨거나 두려워 말라는 메시지 전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저널리스트 론 파워스는 세살 터울의 두 아들을 둔,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아버지였다. 큰아들 딘은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며 풍부한 감수성을 보여줬다. 작은아들 케빈은 명문 버클리 음대에 진학할 정도로 훌륭한 음악적 자질이 있었다. 하지만 케빈은 17세에 처음 조현병이 발병했고 약물남용으로 치료시기를 놓치고 만다. 결국 2005년 7월 조현병에 시달리던 케빈은 스물한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스스로 목을 맸다. 그 일이 있고 나서 5년쯤 지난 어느 날 큰아들 딘 마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딘은 크리스마스 날 아침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선언하고 다니다가 경찰관에게 제압되어 근처 병원으로 이송된다.

신작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는 파워스가 두 아들에게 찾아온 조현병에 무너졌지만 그 병과 싸우기를 멈추지 않은 가족의 연대기를 담았다. 조현병은 정신 질환 중 하나로 망상·환청·언어 장애·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조현병은 100명 중 1명꼴로 발병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정신질환계의 ‘암’과 같다고 묘사된다.

신간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는 조현병 환자인 아들을 둔 아버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책으로, 주로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인 조현병 환자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끔 한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온 파워스였지만 조현병을 주제로는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아이를 보낸 뒤에는 그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후에도 사생활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 의도와 상관없이 가족을 이용한다고 여겨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누가 조현병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 하겠는가’ 하는 냉소 섞인 판단 등으로 인해 책을 쓰지 않았다. 그의 결심이 무너진 것은 2014년 1월 30일 아내와 함께 버몬트주 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고 나서다. 정신보건에 관한 법안을 입안하기 전에 ‘정신질환자를 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해 억지로 붙잡아둬야 하는가’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였다. 그날 그는 반대 증언을 하러 나온 정신질환 당사자들을 목격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들의 소신을 밝히는 그들의 절실한 존재감은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는 작은아들을 보낸 지 10여 년 만에 이 책을 세상에 내놨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흐른다. 첫 번째는 제목 그대로 저자 자신의 이야기로, 조현병을 앓는 사람과 그 가족들의 내밀한 일상을 풀어냈다. 저자가 아들들과 나눈 이메일과 전화 내용 등을 공개하며 생생하게 그려낸 그들의 삶은 조현병 증상이 시작되기 전후로 나뉜다. 그들 가족이 누린 평범한 시절도 있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 그들이 사랑과 웃음과 희망을 경험하고, 똑같이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 줄기에서 저자는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혐오하고 멸시해왔는지 그 역사를 사회적·정치적·의학적으로 샅샅이 훑어본다. 인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정신이상을 악령에 사로잡힌 모습이나 악령으로 변한 형태로 묘사해 수 세기에 걸쳐 이들을 박해하도록 유도해왔다. 하지만 그 혐오와 멸시에 맞서 정신질환자를 이해하는 편에서 헌신해온 인물들도 극소수 있었다. 탁월한 저널리스트다운 방대한 자료 조사와 촘촘한 검증,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신간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는 조현병 환자인 아들을 둔 아버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책으로, 주로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인 조현병 환자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끔 한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조현병을 치료하기 위한 그나마 가장 최선의 해결책은 가족과 국가의 이른 치료적 개입이다. 저자는 “우리가 너무 늦게 깨달았던 위급성을 다른 가족에게 미리 알려 그들이 그 병과 싸우는 무기로 쓰길 바란다”고 말한다.

파워스가 아들을 잃은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놓은 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조현병 나라에 사는 동료 시민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그들의 고난이 끔찍하기는 하지만 혼자만 유일하게 겪는 일이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이나 숨어 살아야 할 이유도 아니라고. 또 하나는 ‘미친 사람’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그 병의 희생자들이 모두 위험하거나 나약하거나 부도덕한 존재가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한 개인으로서 온전한 인간성을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2만4,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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