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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만필] 우리 병원 채용기준은 얼굴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피부 시술후 고객 반응 좋을때

의사로서 보람 느끼고 더 노력

사람, 상 받는 쪽으로 행동 강화

칭찬은 누구에게나 긍정 효과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고객들이 치료실에서 직원들이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며 농담 삼아 “이 병원은 직원들 얼굴 보고 뽑나요”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필자도 “맞습니다. 저희 병원의 유일한 채용기준은 얼굴입니다”라고 받아주면 고객도 함께 있는 직원들도 박장대소한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걸릴 수 있을 위험한 발언인데 아직까지 직원들로부터 고발당하지는 않았다. 직장 내 성희롱 기준을 살펴보면 성희롱의 대상이 된 직원이 기분 나빠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상대방이 농담으로 했어도 수치심을 느끼면 성희롱이고 아니면 괜찮다는 얘기인데 ‘얼굴이 유일한 채용기준’이라는 원장 말이 여직원들에게 칭찬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꺼진 곳을 채워서 주름을 펴고 울퉁불퉁한 얼굴 윤곽을 매끈하게 해주는 필러 시술은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의 의견을 듣고자 고객에게 시술 직후 모습을 거울로 보여준다. 필러는 시술 직후 변화가 확연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똑같은 결과를 놓고도 거울을 보는 순간 놀란 표정과 함께 엄지를 올리며 역시 ‘필러의 신’은 다르다며 칭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울을 뚫어지게 한참 쳐다보며 비대칭이나 잘못된 데가 없는지 꼬투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 칭찬에 인색한 우리나라 사람들인지라 대부분은 별 반응이 없거나 후자에 가까운데 가끔 칭찬을 격하게 해주는 고객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필자는 전문의를 마치고 대학병원에서 연구와 진료를 할 수 있는 교수가 되기를 희망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개원을 고려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개원하면 질환 치료보다 미용 관련 시술을 더 많이 할 텐데 과연 의사로서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외과의사나 심장내과 의사도 아닌 피부과 의사가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게 우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개원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런 고민은 모두 사라졌다. 질환이 나아서 만족하는 환자 못지않게 시술 후 더 예뻐지고 젊어 보인다며 기뻐하는 고객들을 볼 때 느끼는 보람도 컸기 때문이다. 시술결과에 만족한 고객들이 ‘올해 선택한 일 중 제일 잘한 일 같아요’ ‘십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마술 같아요’ ‘중독될 것 같아요’ ‘원장님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등 짧지만 중독성이 강한 칭찬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원래 상담할 때는 계획하지 않았던 부위나 용량까지 추가비용을 받지 않고 시술해 주는 일도 많아졌다. 고객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 더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이자 컨설턴트인 켄 블랜차드의 명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서도 실제 조련사들이 범고래를 조련할 때 원치 않는 행동에 벌을 주기보다는 긍정적인 행동에 관심을 보여주고 칭찬을 해주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그러면 사람의 힘으로는 제어 불가능한 3톤 넘는 범고래들이 조련사의 칭찬을 받기 위해 수면 밖으로 수미터씩 점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 교수가 발표한 ‘로젠탈 효과’도 칭찬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지능검사를 한 후 무작위로 20%를 선정해서 교사에게 이들의 지능이 높다고 믿게 하면 교사가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 결과 8개월 후에는 학생들의 지능지수 및 성적이 실제로 높게 나왔다고 한다. 교육자의 칭찬과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학생들이 더 노력한다는 흥미로운 심리학 연구결과다.

사람은 학습의 동물이라 상을 받는 쪽으로 행동이 강화되고 벌을 받는 쪽은 피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으로부터, 학생 시절엔 선생님으로부터, 전공의 시절엔 교수님으로부터, 지난 20여년은 고객들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칭찬은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타인의 좋은 점을 발견했다면 의미 있는 칭찬 한마디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칭찬은 누구에게나 긍정의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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