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부분 깨알 같은 글씨로 작성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보험 약관 요약서가 그림·도표 등을 첨부해 알기 쉽게 바뀐다. 보험상품명에 과장된 표현도 금지해 소비자가 보험 이름만 보면 어떤 상품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며 무분별한 특약 ‘끼워 팔기’도 제한한다.
22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금융당국은 이러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업계, 소비자 단체 등과 정부청사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자만 빽빽했던 보험 약관 요약서를 인포그래픽 등 시각화된 것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손 부위원장은 “보험 가입 후 책자로 받는 보험 약관과 요약자료의 내용이 불필요하게 두껍고 이해하기 어려워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의 내용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또 약관에 QR코드도 담아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이를 스캔하면 보험 약관 관련 웹페이지로 직접 연결하는 것도 추진한다.
특약 끼워 팔기에도 제동을 건다. 예컨대 암보험임에도 골절 진단비,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 당뇨병 진단비 등을 특약으로 끼워넣고 운전자보험에 직접 관계가 없는 골프 활동 중 배상책임 등까지 넣는 등 보험 하나에 수많은 특약이 따라붙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특약이 너무 많아 가입한 보험의 약관만 많아지고, 나중에 보면 보장도 받지 못하는 특약이 많아 이를 단순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험상품의 이름 역시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바꾼다. 예를 들어 ‘연금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은 연금보험인지, 종신보험인지 이름만 보면 헷갈리고 이에 소비자는 두 가지를 다 보장받을 수 있다고 오인하기 쉽다. 앞으로는 보장 내용과 다른 것은 상품명에 표기할 수 없게 한다.
또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거나 변경할 때 법률 검토를 하고 ‘의료 리스크’ 사전검증도 강화하도록 했다. 법률 검토를 통해 민원과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의학적으로도 합당한 보험금 지급·거절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가입자·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과잉진료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1년에 두 번 보험상품 약관 이해도 평가를 하고 이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한다. 평가할 때 일반소비자 평가 비중은 10%에 불과한데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평가 등급이 우수한 보험사에는 경영실태 평가 때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당국은 이 같은 방안들을 이르면 내년 1·4분기부터 실행할 계획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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