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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미니딜' 서명, 이번엔 장소놓고 신경전?

칠레發 '1단계 합의' 서명 불발

트럼프 "새 장소 곧 발표" 밝혔지만

만남 미뤄진다면 2·3단계도 흔들

中마카오, 美알래스카·하와이 염두

APEC회의 취소 대안 언급 없이

사무국, 내년 말레이 개최만 확인





칠레의 단돈 50원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초래한 사상 초유의 국제정상회의 취소 사태가 미중 무역협상에까지 파장을 미치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지며 당초 칠레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무산됐고, 이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서명하려던 일정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시위를 이유로 오는 11월16~17일 산티아고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시위의 도화선은 지하철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이었지만, 잦은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생활물가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면서 극심한 사회 양극화에 대한 분노로 번졌다. 칠레는 근로자의 절반이 월 40만페소(66만원) 이하로 생활하고 있지만 상위 1% 부자가 부의 26.5%를 소유할 정도로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다.

일단 미국과 중국은 APEC 취소에도 양국 간 무역협상 흐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미국과 중국은 1단계 합의안에 서명을 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면서 “새 장소가 곧 발표될 것이며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시 주석과 언제 만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양국 고위급 대표들도 1일 통화한 뒤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양국이 새로운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장소가 협상 주도권 싸움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APEC 정상회의 취소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무역협상이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났다”며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연기된다면 2단계 또는 3단계 합의는 힘들어지고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걷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우리는 같은 ‘시간 프레임’ 내에 중국과의 역사적 1단계 합의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들리 부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준비된 제2의 후보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는 다른 장소와 관련한 잠재적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들리 부대변인의 ‘다른 장소’ 언급으로 미뤄 APEC 정상회의 장소나 일정 재조정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상무부 역시 3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중미 쌍방 무역대표단은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현재 협상 업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은 원래 계획에 따라 협상 등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며 “양측 무역대표들이 이번주 금요일에 다시 통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에 참여한 칠레 청년들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산티아고=AP연합뉴스


새 장소와 관련해서는 APEC이 취소되더라도 시 주석의 11월 브라질 국빈방문이 예정된 만큼 브라질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방안부터 중국이 제시한 마카오, 미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알래스카나 하와이 등 미국 내 장소까지 거론된다.

폭스뉴스는 30일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측에 시 주석과 마카오에서 만나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서명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이 마카오를 가능한 장소로 제시했다고 중국의 한 무역 담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메이신위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회담이 제3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회담 준비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정부의 입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백악관이 중국에 칠레 APEC을 대체할 미중 정상회담 개최지로 미국 내 장소를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알래스카나 하와이가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잠재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미중은 지난 10~11일 워싱턴DC에서 제1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연 뒤 11일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식문서 서명으로 이어지지 못해 양측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공식 서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어 2단계·3단계 합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APEC 사무국은 이번 정상회의 취소에 따른 대안은 거론하지 않은 채 내년에 말레이시아에서 2020년 APEC이 개최된다고만 밝혔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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