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0시 이마트 서울 용산점이 문을 열자마자 카트 20개가 마트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나란히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긴 줄의 끝에는 한우를 반값에 팔고 있는 정육코너가 있었다.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순서를 맞은 60대 김모씨는 “스테이크용 한우를 8팩이나 샀다”며 “딸이 오자고 해서 아침 일찍 나섰는데 횡재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생필품을 넘치도록 담은 카트를 끌고 ‘1+1’ 할인 코너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이마트가 이번 행사를 위해 준비한 한우 800마리는 오픈 전부터 몰려든 고객들로 이날 조기에 완판됐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1~22일·이하 코세페) 개막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이날 서울경제 취재진은 서울 명동 쇼핑거리와 주요 백화점, 대형마트, 양판점, 뷰티 전문점 등을 찾았다. 중국 광군제(11월11일)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29일)에 맞서 종전 9월에서 11월로 옮긴 올해 코세페는 이커머스 공세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초저가 물량을 쏟아부었다. 이에 평소 사고 싶었던 것들을 유리한 조건에 ‘득템’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첫 주말인 2~3일 주요 유통점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대형마트 오픈 전부터 긴 줄=그동안 대형마트는 온라인보다 할인폭이 크지 않아서 코세페에서 큰 히트를 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저마다 초저가 상품을 대규모 물량으로 준비하면서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특히 2일 하루동안 1,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의 초특가 상품을 선보인 이마트는 한우 800마리를 비롯해 대표상품이었던 9만9,000원짜리 32인치 일렉트로맨TV도 1,500대가 모두 동이 났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한 37만원대 65인치 UHD TV도 오픈 직후 품절됐다. 지난 1일부터 세일 행사를 시작한 롯데마트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나 한우코너가 제일 인기였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만난 50대 주부 이모씨는 “오늘은 한우가 제일 싸다고 해서 찾았다”며 “앞으로 한 달간은 매주 특가 상품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이촌동의 한 소비자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 ‘오늘 마트에서 득템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소비자들이 더욱 몰렸다”면서 “늦은 밤에도 마트 주차장이 꽉 차고 매장이 인산인해였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모르긴 몰라도 이마트 2일 매출은 창사 이래 하루 최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은 소규모 브랜드 세일만=명동 일대에 위치한 백화점도 코세페 주말을 맞아 북새통을 이뤘다. 롯데백화점 9층 행사장에서 한 스카프 브랜드 판매자가 “재고가 아니라 신상품을 할인한다”고 외치자 4050세대 주부들이 우르르 몰렸다. 하지만 행사장 외 다른 층은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특수를 누린다고 볼 수는 없었다. 소비자들이 주로 몰리는 주말 풍경과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백화점이 정기세일 할인 분담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찰을 빚으면서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가 늦게 확정되고 일부 브랜드에서만 10~15%의 소규모 세일을 내걸고 있었다.
◇젊은 층들은 온라인…올해도 대박=지난해보다 참가 업체가 3배로 늘어난 이커머스업계는 기록적인 주말 성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3일 오후 12시 기준 누적 판매량은 600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G마켓과 옥션에서의 판매량을 합산한 것으로 G9 판매량까지 감안한다면 이보다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의 ‘빅스마일데이’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은 ‘닌텐도 스위치 신형+인기 타이틀(누적 판매액 7억5,000만원)’, ‘팸퍼스 베이비드라이 팬티 3박스 기저귀+트램폴린(7억4,000만원)’, ‘노스페이스 신상 베스트 플리스·숏패딩·롱패딩(6억2,000만원)’ 등이다. 위메프에서는 100원에 판매하는 ‘오뚜기 스낵면 5봉지’와 ‘도미노피자 슈퍼디럭스L’ 쿠폰이 동이 났으며 티몬에서는 ‘LG 65인치 스마트TV’, ‘에어팟 2세대 유선충전모델’ 등이 매진됐다.
◇코세페는 여전히 낯설어=다만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하면서도 코세페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30대 전모씨는 “이번 행사가 코세페냐”고 되물으면서 “예전에 들어보긴 했는데 올해도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업체들도 코세페 홍보에는 소극적이다. 코세페를 정면에 내세우기보다 자체 행사에 코세페를 얹혀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코세페는 보조 역할로 전락했다. 여기에 여전히 낮은 할인율도 코세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90% 할인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코세페는 대체적으로 50% 이상의 할인율을 찾기 어렵다. 유통업체 위주로 진행되면서 자체 할인 이벤트 수준의 할인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서울 시내 한 양판점 직원은 “코세페라고 입간판을 내걸었지만 사실 그룹 세일 행사 목록을 공유하는 것뿐”이라며 “코세페 제품이라고 특별히 추천할 게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민주·허세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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