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 절반 이상이 인종 차별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SWG가 이탈리아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10%가 인종차별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응답은 45%에 달했다. 인종 차별 의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결과다. 반면 나머지 45%는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도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12일(현지시간) “SWG에 따르면 매년 이런 여론조사를 한 차례씩 실시하면서 이처럼 조사 대상자의 과반이 인종차별을 수용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SWG 측은 인종차별에 대한 태도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로 이탈리아인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인종차별 행위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종 차별에 무뎌진 이러한 태도 변화는 온라인상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민족·인종·집단에 대한 공개적인 차별·혐오 발언)’가 확산하는 현상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SWG는 분석했다. 앞서 이탈리아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생존한 유대계 종신 상원의원 릴리아나 세그레가 자신의 SNS 등에서 극우주의자에게 하루 평균 200여개의 모욕·살해 협박 메시지에 시달린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그가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등을 다루는 특별위원회 설립안을 상원 표결에 부쳐 통과시키자 이러한 공격은 절정에 이르렀고 결국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주 세그레에 대한 경찰 신변 보호를 결정하기도 했다.
특히 특별위원회 설립안에 대한 상원 표결에선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Liga)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 또 다른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이른바 ‘우파 연합’이 일제히 기권하면서 갈등은 치열해졌다. 우파연합의 ‘우두머리’ 격인 살비니는 당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인종차별에 기반한 증오 범죄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우세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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