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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 주주권 법률로 제한해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무소불위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시장경제 시스템에 근본적 위협

별도의 법에 따라 엄격통제 필요





보건복지부가 지난 13일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과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책임투자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이 투자 자산을 선택ㆍ운용할 때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재무적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감안한다는 것이고, 가이드라인으로는 횡령·배임·부당지원행위 등의 법령 위반 우려가 있거나 주주제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중점관리 대상 투자기업에 이사 해임 요구 등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스튜어드십코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방안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이사 해임 제안, 사외이사 선임 추진 등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운영규칙인 ‘정관’을 고치고, 사외이사 선임 등에 집중투표청구권을 행사하는 안을 주주제안의 예시로 제시했다. 법 위반 사실이 확정된 단계가 아닌 위반 우려 단계에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27조 4항에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 게다가 상법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포함하도록 한다니 국민연금기금이 수탁자로서 순수한 의미의 주주권 행사를 넘어 투자 대상 기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를 국제적 추세라고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2019년 8월 말 현재 기금규모가 708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모두 313개사, 10% 넘게 보유한 기업도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유수의 기업 대부분을 포함해 거의 100개사에 이른다. 지금은 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율이 16.2%에 불과하지만, 기금 규모가 1,800조원까지 증가하고 주식투자 비중도 늘리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기금은 우리 경제에서 무소불위의 위상이 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해 자유로운 경쟁 촉진과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 보호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공정거래법에서 대상으로 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모두 훨씬 높은 지위에서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간섭하는 것이 된다. 공정거래법은 그나마 법령이 정하는 범위에서 대상 기업을 규제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이 기금운용위원회의 내부지침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으로, 그것도 임의로 대상 기업을 쥐락펴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원칙적으로 미국 월가의 기관투자가들처럼 주식투자자로서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보다 해당 주식을 팔아치우는 방법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굳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국회에서 제정한 별도의 법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받아야 하고, 그것도 국민연금기금의 거버넌스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국민연금기금의 2018년 국내주식 투자수익률은 -16.9%로 원금조차 까먹었고, 올해 8월 기준으로도 0.01%라는 참담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연금법 102조에서 정한 본연의 목적인 수익 최대 증대를 위해 제대로 운용하지도 못하면서, 소위 스튜어드십코드라는 어설픈 칼을 들고 사회정의의 흑기사를 자처하려다가 일어난 참사가 아닌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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