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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노동개혁 손도 못대고 끝날건가

김현수 산업부장

직무급제 노동계 반발에 성과 의문

민노총은 정부와 1대1 교섭 요구

정부, 사법·검찰·선거개혁에 골몰

노동개혁 제대로 수행할지 걱정

김현수 부장




지난해 말 현대차 울산공장에 눈길을 끄는 노사갈등이 발생했다. 공장 내 와이파이 사용 제한을 두고 사측은 안전문제를, 노측은 일방통행식 노사협약 위반이라며 대립했다.

“뭘 와이파이 가지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차 노사의 이번 대립은 국내 생산직 노조에 상징적인 변화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의 와이파이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차 노사는 공장 내 와이파이 공유기 설치를 합의했다. 자동화설비가 들어오며 생산라인에도 깔린 범용 무선 인터넷망을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와이파이를 통해 사측은 공장 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가뜩이나 차량 불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직원들이 유튜브 등 동영상을 보며 조립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와이파이를 두고 노사 간 대립이 시작됐다. 노조도 안전 문제는 인정한다. 하지만 노조집행부 교체 시기에 사측의 합의사항 철회는 ‘노조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의 와이파이 대립은 두 가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사측이 노조의 뻔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와이파이를 제한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가 과거처럼 생산물량을 가지고 사측을 협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감소는 완성차 업체에 ‘팔리는 차만 만들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결론을 내리게 했다. 많이 만들어 공장에 쌓아두고 팔리기를 기다리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여기다 미래차 등 산업 변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힘으로 밀어붙이고 적당히 여론을 등에 업어 노사 간 대립을 해결하려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유튜브를 보면서 차를 조립한다’는 따가운 여론의 한편에는 ‘그렇게 한가한데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노조를 둘러싼 국민들의 시선은 변했다. ‘귀족노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극적인 비난을 하지 않더라도 습관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된 파업에 노조원들은 물론 국민들도 지쳤다. ‘노조는 약자’라는 공식은 진작 깨졌다. 노조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다. 현대차의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소모적·대립적 낡은 노사관계를 버려야 한다”고 선언한 것도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생산적 노사관계에 대한 해석은 앞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좁혀가면 될 일이다.

와이파이가 만들어낸 노사관계 변화의 분위기는 어쩌면 문재인 정부가 노동 개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정부 경제정책에서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나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는 빠져 있다. 대선공약이던 직무급제 확산이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꼽히긴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고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당장 호봉제만 없애도 청년 실업과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줄이고, 사오정(실제 정년은 45세), 오륙도(56세에 직장 다니면 도둑놈)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노동 유연성 개선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인 민주노총은 제1 노총으로 목소리가 키우며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1대1 단독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친노동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의 덩치를 잔뜩 키워놓더니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민주노총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올해 노동시장 정책은 한가해 보일 뿐이다.

사법 개혁, 검찰 개혁, 선거 개혁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끄러울 것 같다. 대통령이 “권력기관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제도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을 했으니 말이다. 그럼 저만치 뒤로 빠진 노동 개혁은 어쩔 건가. 노사는 공멸보다는 공생을 선택해야 하고 정부는 노동 개혁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개혁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노동 개혁은 손도 못 대고 끝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h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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