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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쟁이 돼 버린 '신천지 압수수색'

안현덕 사회부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를 둘러싼 논란에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급격한 확산이 비상사태 수준으로 비화한 터라 장관이 ‘검찰이 전국적으로 어떤 태세여야 하는가’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 지시가 아닌 전국 비상사태에 따른 ‘일반 지시’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강제 수사보다는 ‘방역’을 강조해오던 검찰도 추 장관의 발언에 침묵을 지키는 등 고심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이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를 일반 지시라고 언급하나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압수수색 등이 이뤄질 경우 자칫 신천지 신도들이 다시 숨게 되면서 코로나19 확장세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검찰은 여전히 방역복 등 강제 수사를 위한 장비도 불완전한 상태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할 경우 마스크·장갑을 착용한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요청해 방역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칫 무리한 강제 수사 시도가 코로나19 확산에 또 다른 기폭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대면 수사도 줄이고 있는 판국에 압수수색 등 직접 수사를 하라고 하니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검찰의 한 일선 수사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미 5,000명을 넘어서는 등 국가 비상사태까지 이르렀다.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잠복기를 감안할 때 이번 주가 고비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방역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신천지 강제 수사도 중요하나 그에 앞서 방역 체제를 확고히 하고 마스크 대란을 막는 등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이냐, 신천지 강제 수사냐는 선택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소모적 논쟁으로 비칠 수 있는 이유다. 국가 비상사태에 정부가 온 힘을 쏟는 것은 국민에게 정쟁으로 보일 수 있는 기 싸움보다 발 빠른 대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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