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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뒷북경제] ‘개미의 비명’ 나오고서야 ‘금융안정펀드’ 긴급 투입... 뒤늦은 대응 논란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앉은 코스피 지수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혼란... 투자자들 손실 막심

정부, 공매도 금지, 채권·증시안정펀드 등 대책 내놨으나

뒤늦은 대응 논란... "시장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 논란도

비상 대책 절실... 文 정부 '자본시장 홀대론' 불식할 기회이기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을 안겼습니다. 당장 국내 주가지수가 주저앉았습니다. 코로나 19의 글로벌 확산이 시작된 이달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현재 올해 2월 대비 420포인트(21%) 이상 하락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도 같은 기간 142포인트(23%) 넘게 후퇴했습니다. 곳곳에서 투자자의 비명이 이어졌습니다. 지수 하락기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반대매매’ 입니다. 돈을 빌려 산 투자자의 주식을 증권사가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매도하는 것이죠. 지수 급락의 혼란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 반대매매가 이달 하루 평균 137억원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143억원 이후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시장 전체로 보면 가뜩이나 하락하는 지수에 이 만큼의 ‘매물 폭탄’이 더 투하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곳곳에서 투자자의 비명 소리가 이어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 16일부터 한시적으로 6개월 동안 공매도를 금지했고, 주가 하락 시 증권사 협회와 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주식을 매입해 안전판 역할을 하는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규모는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회사채와 금융채 인수를 목적으로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역시 조성하기로 하는 등 자본시장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자본시장 대책은 아니지만,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 19일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전격 체결한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도 금융시장의 위기감을 안정 시킬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박영선(왼쪽부터) 중기부 장관, 이주열 한은 총재,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집니다. 우선 대응이 뒤늦었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지난 3월11일부터 7거래일 연속으로 증시가 ‘수직 낙하’한 이후에서야 부랴부랴 공매도 한시 금지를 시작해 금융안정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증시안전펀드의 경우 ‘빠르면 다음 주까지 구체적인 집행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코스피 지수가 이미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수준으로 떨어진 다음에 나온 대책인데, 그마저도 ‘아직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죠.

실효성 논란도 있습니다. 증시안전펀드의 규모로 봤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 하는 의문이죠. 정부가 대규모 증안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지난 1990년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증권사와 상장사 등 627개사가 총 4조8,500억원의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해 급락한 증시를 떠받친 바 있습니다. 증안기금의 규모는 1989년 말 기준 시가총액 95조원 대비 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증안펀드는 1,000조원으로 불어난 현 시가총액의 0.5%에 불과하죠. 채권시장안정펀드 역시 2배, 즉 20조원까지 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20일 “10조원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은행권도) 인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늘릴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자본시장의 규모를 고려한 적정 수준의 대규모 자금을 긴급하게 투입해야 증시 급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시기와 규모 면에서, 현재 정부의 대응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외국인의 투자 흐름에 따라 증시의 향방이 바뀌고,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는 그에 추종하는 양상을 띄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단기 대책이 시장에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 의문인 것도 사실이죠. 그럼에도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시장은 정부의 대책을 목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투매 공세에 맞서는 수급 완충제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며, 따라서 증시안정기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엇보다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글로벌 증시는 폭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입니다. 한국 증시 ‘시계 제로’에 빠졌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의 일치된 전망입니다. 정부의 예상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빠른 실행입니다. 한국 경제의 ‘가격’을 나타내는 증시 역시 현재 ‘추경’ 같은 비상 대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로서도 출범 이후 이어져 온 ‘자본시장 홀대론’을 이번 기회에 불식시킬 기회라고 봅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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