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들이다.
중국 우한시 화중(華中)과기대 퉁지(同濟)병원 연구팀이 산하 3개 병원에 코로나19로 입원, 폐렴으로 진행된 78명을 분석했더니 14%는 입원 2주 뒤 상태가 악화되고, 86%(67명)는 개선·안정화됐다. 악화군의 평균 나이는 66세(51~70세), 개선·안정화군은 평균 37세(32~41세)였다. 악화군의 흡연자 비율은 27.3%로 개선·안정화군(3%)의 9배나 됐다. 나이가 많거나 흡연이력이 있으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각각 8.5배, 14.3배나 됐다.
흡연자의 폐 조직에서 비흡연자보다 상당히 높은 ACE2 유전자 발현이 발견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종(아시아인·백인), 연령(60세 미만·초과), 성별(남녀) 간에는 ACE2 유전자 발현양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궈슈아이 카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환경건강과학과 교수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 있어 치료법을 정할 때 흡연이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에 결합해 사람 세포로 침투한다. 폐 등에서 분비되는 ACE2는 혈관 수축·혈압 상승 작용을 한다. 흡연은 ACE2를 활성화해 혈압 급상승과 염증성 신호 전달을 초래한다. 또 심장·폐 조직과 혈관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유형의 니코틴 수용체에 작용해 심혈관·폐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담배에는 니코틴 외에도 5,000개가 넘는 다양한 독소가 포함돼 있어 심혈관·폐·면역계 기능을 교란시키고 코로나19 진행에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생물시스템학과 교수팀이 ‘유럽생화학회(FEB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중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니코틴이 ACE2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폐 상피세포에 유해한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편 당뇨병·고혈압·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기저질환(지병)을 1개 이상 가진 코로나19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집중치료실 입원, 기계호흡, 사망 등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될 위험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연구팀이 575개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1,590명(평균 49세)을 분석한 결과다. 둘 이상의 기저질환을 가진 코로나19 환자는 그 위험이 2.6배나 치솟았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장기간 흡연자는 폐의 저항력이 약해져 있어 COPD·심혈관질환 등에 걸리기 쉽다”면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심장·폐질환 등을 가진 노인층에 집중되는 것도 이런 흡연력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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