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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미래를 열 'IP-데시전'

박원주 특허청장





19세기 유럽에서 출산은 산모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힘든 일이었다. 지난 1847년 오스트리아의 의사 제멜바이스는 의사가 아이를 받는 병동의 산모 사망률이 산파가 아이를 받는 병동에서보다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부학 실습 등으로 더러워진 손을 씻지 않고 산모를 접했던 의사들의 잘못된 습관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1854년 영국 의사 스노우는 런던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패턴을 지도를 통해 분석했다. 식수원이었던 펌프를 중심으로 환자가 유독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공기 전파로 의심받던 콜레라가 오염된 식수로 말미암아 확산했음이 밝혀졌다.

이 두 사례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근거중심의학’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데이터의 정교한 분석을 토대로 서비스 상품 개발 등 경영전략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 ‘근거중심경영’이라는 개념도 근거중심의학이라는 말에 뿌리를 두었다고 한다. 아마존의 ‘예측배송’이나 구글의 ‘독감트렌드’는 이러한 데이터 분석 기술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서비스들이다.



이와 같은 근거 중심의 분석기법은 지식재산 분야에도 접목된다. 필자는 2020년 특허청의 핵심전략을 ‘IP-데시전(Intellectual Property-Dacision)’이라는 용어로 설명한 바 있다. 데시전은 정보를 의미하는 ‘데이터(data)’와 결정한다는 ‘디시전(decision)’을 결합한 말이다. 작게는 근거와 데이터에 기초한 특허 심사관의 결정 하나하나가 특정 기술이나 산업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크게는 4억5,000만 건에 달하는 특허정보 분석을 통해 기업이나 국가의 기술개발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으로 만든 용어다.

광의의 IP-데시전은 시장에서 사전에 위기신호를 감지하는 데 유용할뿐더러 기업들의 미래전략까지 도출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실제 이 기법으로 우리가 시장을 주도하던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의 특허 출원량이 경쟁국에 추월당한 지 7년 만에 시장 점유율도 따라 잡히게 됐다는 분석으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분야도 계속적인 기술혁신이 없다면 LCD 산업의 전철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내놓았던 것이다.

특허청은 ‘국가 특허 빅데이터센터’를 연내에 구축해 수요에 맞는 특허분석 결과를 산업계와 기업에 제공할 방침이다. 일본 수출규제 핵심품목 500개 R&D 과제에 대한 특허기반 연구개발(IP-R&D)도 진행될 예정이다. 감염성 질환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현안에 대해서도 특허빅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해결방안을 제시해나갈 계획이다. 기업 차원이든 국가적 차원이든 ‘근거중심경영’에 지식재산 정보가 더욱 많이 활용될수록 혁신성장이 빨라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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