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따돌리고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높아지고 핵심적인 국내 및 외교정책들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기간 여당은 전략적이었고 실력 있게 야당을 몰아붙였다. 운까지 따랐다.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오히려 호재가 됐다. 반대로 통합당은 리더십 부재 속에 전략은 중구난방이었고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확산일로였던 코로나19가 호전되면서 ‘정권 심판’ 프레임은 힘을 잃었다. 오히려 ‘세월호 막말’을 막지 못한 채 전 정권의 부채를 불러들여 불리한 전선을 자초했다. 결국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위기결집 효과의 일종인 ‘국기 신드롬(외부로부터 분쟁이 발생하면 대통령 주위로 국민 지지가 결집)’이 나타난 것도 여당의 승리 요인으로 봤다. 28년 만에 최고치인 66.2%라는 기록적인 투표율 역시 위기결집 효과라는 해석이다.
15일 서경펠로(자문단)인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기 신드롬 현상이 이번 선거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났다”며 “국난극복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운 집권여당의 전략이 민심을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당이 코로나19를 ‘국난’이라고 규정한 뒤 선거 캠페인 수준에 그쳤다면 국민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고 외국 정상과 해외언론이 우리 방역 시스템을 호평하면서 실력까지 입증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오히려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기 신드롬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기록적으로 뛴 시점도 9·11테러, 이라크전쟁, 사담 후세인 체포 등과 관련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난극복을 위해 ‘실력’ 있는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민주당의 전략은 적중했다.
반면 통합당은 ‘리더십·전략·실력’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은 야당 승리가 공식인데 야당은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비롯한 경제정책을 포함해 ‘조국 사태’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역대 정부 가운데 성과가 가장 저조한 현 정부의 무능을 심판하기에는 제1야당이 더 무능했다”고 혹평했다. 실제 통합당은 선거운동 초반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정부 여당을 몰아세웠지만 상황이 개선되면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호재로 삼았다가 상황이 역전되면서 뒤늦게 ‘조국 사태’를 끌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조국 사태나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문제에 강성 지지자들을 흡수한 열린민주당이 전선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통합당과 대척점에서 비켜설 수 있었다. 재난기본소득도 당내 전략의 부재를 드러냈다. 황 대표가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하자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며 팀워크마저도 상실된 모습을 보였다. 절정은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 논란이었다. 제명과 번복, 다시 제명에 이어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정당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 후보의 세월호 발언으로 정권 심판으로 작용해야 할 ‘회고적 투표’는 도리어 전 정권 심판 프레임으로 떠올라 선거판을 흔들었다.
이규정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야당의 지리멸렬은 이번 총선을 정권 심판이 아닌 야당 심판으로 전환시켜버렸다”고 평가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