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본격 시작된 삼성그룹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수사가 1년 반을 달려왔다. 검찰은 지난 2~3개월간 삼성 사장단을 수차례씩 불러 강도 높게 조사했다. 남은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례적일 정도로 장기간에 걸친 삼성 수사를 두고 이말 저말이 많다. “시간을 끄는 건 혐의점을 못 찾았다는 것”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자주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시국에 ‘기업 괴롭히기’만 한다는 비난도 들었다.
부담이 커질 대로 커졌지만 검찰은 전·현직 삼성 사장급 임원들을 여러 차례 부르며 최근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이쯤 되면 검찰이 왜 지금 이토록 강도 높은 수사를 하는지 궁금증이 들만하다. 이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호 검찰이 검찰개혁 목소리를 견제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정치적 해석이 많다. 검찰이 대기업 수사로 문재인 정권에 퍼포먼스를 보이려 한다는 풀이다.
그렇지만 바깥에서 씌우려는 여러 프레임과 달리 검찰은 그저 할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결론이다. 다른 사건은 몰라도 적어도 삼성 수사를 취재하며 받은 인상은 그렇다. 한 고위 검사는 “윤 총장은 ‘있으면 (수사)한다’는 아주 단순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 있다. 삼성 수사가 오랜만에 그 ‘단순한’ 검찰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그런 게 아니라면 그동안의 풍파에도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지금처럼 보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검찰 간부들이 주요 사건에 대해 정치적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삼성 수사에서만큼은 그런 고민에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듯하다. 정권의 입김이 닿지 않는 수사라는 점에서 운신폭이 넓기 때문일 수 있다. 검찰은 앞뒤 재지 않고 ‘있으면 한다’고 단순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 역할을 한다. ‘단순한’ 검사들의 삼성 수사 결론을 지켜보고 싶다.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