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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 "무역합의 끝장"서 곧바로 번복…매파 속내 드러냈나

폭스뉴스 인터뷰 돌발 발언 뒤

"1차 합의와는 관계 없어" 정정

트럼프 엄호하려다 스텝 꼬여

월가 등 "국내 정치용" 해석 속

"강경파 묶은 불만 표출" 지적도

미중관계 대선까지 '롤러코스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미중 무역합의가 끝났다고 밝혔다가 이를 곧바로 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합의가 완전하다”고 밝혔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무역합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날 나바로 국장은 무역합의가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끝났다(it’s over)”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이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미국에 퍼뜨려 뒤통수를 쳤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파문이 커지자 나바로 국장은 “내 말이 맥락에서 많이 어긋난 채 인용됐다”며 “현재 발효되고 있는 1단계 합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나바로 국장이 이날 ‘미중 무역합의가 끝났다’고 발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려다 스텝이 꼬이면서 오히려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그의 이번 발언 이후 미중 관계가 롤러코스터 행보를 연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미국 월가 등은 폭스뉴스 인터뷰가 나바로 국장의 국내 정치용 발언이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마이클 매카시 CMC마켓 수석전략가는 “만약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끝내려고 했다면 TV 뉴스에서 즉흥적인 발언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국내 정치용이며 아마도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역합의 파기는 중국과의 경제 전면전을 의미하는 만큼 방향 전환이 있다면 공식 브리핑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홍콩 국가보안법 제재 발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실제 6분여의 전체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를 위해 위구르의 인권 문제를 묵인하고 있다는 식의 지적에 나바로 국장이 방어하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나바로 국장은 미국 정부가 위구르와 관련해 비자와 수출제한 등의 강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중국은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다 무역합의 얘기를 꺼냈다. 중국에 얼마나 강하게 나가느냐가 주요 선거 이슈인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무역합의에 매몰돼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다 나온 일종의 말실수라는 해석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중 매파의 좌절감이 표출된 사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진행하고 있는 무역협상을 고려해 신장위구르족 수용소와 관련한 중국 관리에 대한 제재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워싱턴 정가에서는 매파들이 크게 좌절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나바로 국장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강경파인 만큼 인터뷰에서 자신의 불만을 드러냈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1단계 미중 무역합의의 큰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가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교통정리를 한데다 18일에는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하와이회담 이후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전면 이행을 다시 확약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무역합의를 3개월 전과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고 했지만 협정이 폐기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멀리 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선거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팜벨트(중부 농업지대) 표심 공략에 무역합의가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몰려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충격요법을 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포함해 대선을 완전히 중국과의 대결 프레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나바로 국장을 비롯해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같은 대중 매파가 언제든 다시 거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바수 메논 OCBC뱅크 웰스매니지먼트 선임 투자전략가는 “미국 선거가 다가오면서 나바로 같은 매파가 정책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하반기는 미중 긴장과 코로나19에 요철이 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 시옹 심 싱가포르은행 외환분석가는 “시장에서는 나바로가 강경파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무역합의를 하느냐 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김기혁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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