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단해야 할 시간이 임박하면서 검찰 안팎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완료됨에 따라 윤 총장은 수용·불수용·일부 수용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결정은 추 장관의 행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양측의 갈등이 봉합으로 가느냐, 다시 확전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다만 갈등이 일시적인 봉합으로 가더라도 추 장관의 인사권 행사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검사장 회의 결과는 6일 윤 총장에게 보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이날 보고만 이뤄지는 것일 뿐 (입장표명 등) 다른 일정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 회의 결과를 늦어도 6일에는 보고를 받고 입장표명 등 방향을 정할 것이란 의미다.
윤 총장 앞에 놓인 선택지는 네 가지다. 우선 윤 총장은 수사자문단 심의 중단, 총장의 수사 지휘·감독 제한에 대한 재고 요청 등으로 의견이 모인 전국 검사장 회의 결과에 따라 전부 거부하거나 일부 수용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를 어겼다고 읽히면서 법무부에 감찰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감찰이 현실화되면 검찰총장 ‘사퇴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검찰총장 감찰이 거론된 바는 있지만 실제 이뤄진 적은 없었다. 지난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을 받던 채동욱 총장에 대한 감찰의 뜻을 밝히자 채 총장은 즉시 사퇴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수사자문단 중지 등 일부만 수용했을 경우 추 장관은 검찰 내 여론을 의식할 것”이라며 “즉시 감찰을 시행할 경우 조직적 반발만 초래할 수 있어 시차를 두고 진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만큼 곧바로 감찰을 바로 단행하기보다는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추 장관이 앞서 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읽힌다. 추 장관은 SNS에서 전국 검사장들에게 ‘피의자는 억울함이 없도록 당당하게 수사받고, 수사담당자는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도록 하는 게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해야 할 일이다. 흔들리지 말고 우리 검찰조직 모두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그 권한의 존부(存否)나 범위에 대해 심판하는 제도다. 쉽지 않은 판단인 만큼 윤 총장이 수용과 거부 중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공을 헌재로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도 윤 총장이 장관 지휘에 명시적 거부입장을 밝힌 것이 아닌 만큼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부담스러운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모두 수용하면 법무부·검찰의 갈등은 ‘소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다만 검찰 내 의견을 무시한 결정에 윤 총장의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를 수용하더라도 잠시 숨 고르기일 뿐 양측이 재차 대립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위급 검사 등 인사가 이달 중순께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추 장관은 형사·공판부 중심의 인사를 예고했다. 이 경우 특수통 중심의 ‘윤석열 사단’ 해체에 속도가 붙으면서 양측 간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 게다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도 불가피하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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