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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사업 절대 수주않겠다"는 中企 사장의 '눈물'

미세먼지 전기집진 장치 개발한 리트코

서울시서 대규모 사업수주 했지만

탈락한 경쟁업체가 의혹제기해 소송전

서울시의회도 ‘절차 부당’ 제기해 시가 감사

1심 승소했지만 공장엔 재고만 한가득 차

"이해관계 이렇게 복잡할 줄이야..." 뒤늦게 후회

추경받아 하는 사업이라 연내 넘기면 재개 불투명

리트코 창고에 보관된 양방향 전기집진기 제품들./사진제공=리트코




지자체 대규모 사업을 수주해 놓고도 폐업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이 있다. 입찰에 참여한 경쟁업체가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바람에 소송과 지자체 감사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리트코는 지하철 터널 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개발해 잇따라 지자체 사업 수주에 성공한 강소기업이다. 전기집진기는 바람 방향과 관계없이 전기적으로 미세먼지를 집진하는 장치다. 2009년 단방향 전기집진기를 개발한 리트코는 2013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신제품 개발사업에 선정됐다. 그 결과 이듬해 대구도시철도공사와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올해 대구 31개역 환기구 59개소에 적용된다.

이런 리트코에 위기가 닥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서울시의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장치 설치 사업입찰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리트코를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지만 함께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경쟁업체가 소송을 낸 것이다. 경쟁업체는 서울교통공사가 리트코 제품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연 특정기술선정심사위원회 심사 과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작년 12월 리트코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올해 3월 리트코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경쟁업체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고하면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달에는 서울시의회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심사결과) 낮은 점수를 받고도 서울교통공사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시의회에 출석해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고, 서울지하철 19개소에 시범 설치한 결과 2개월 만에 미세먼지가 16% 이상 감소했다는 검증 결과서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지루한 소송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더구나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감사는 이달 마무리된다.

대구시 지하철에 설치된 리트코의 양방향 전기집진기./사진제공=리트코




이러는 사이 리트코 여주 공장 창고에는 ‘양방향 전기집진기’ 완제품이 가득 들어찼다. 서울지하철에 설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인데 소송이 끝나지 않아 그냥 방치돼 있는 것이다. 정종경 리트코 대표는 22일 본지와 어렵게 만나 “서울지하철에 설치해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여서 시민들에게 쾌적한 공기를 선물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0년 넘게 신제품을 개발한 결과치고는 너무 참담한 결과를 맞고 있어서다.

정 대표는 “앞으로 다시는 정부·지자체 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각종 소송 등을 거치다 보니 지자체 사업에 복잡한 이해 당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시의회 등을 움직일 수 있는 힘 있는 업체들의 존재도 겁이 났다. 신제품을 개발만 하면 지자체들이 인정도 해주고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순진했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게 됐다.

설령 소송이나 감사 결과가 리트코에 유리하게 나도 문제다. 각종 송사로 매출 피해가 있는 데다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 ‘상처뿐인 영광’일 수 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이번에 수주한 프로젝트가 지난 해 추경예산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올 해를 넘기면 재개여부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 정 대표는 “지하철 공기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소송등으로) 시기를 계속 놓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며 “하루빨리 진실이 가려져 사업이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신바람이 나서 해 오던 신제품 개발 의지도 뚝 꺾어 버렸다. 정 대표는 “서울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특혜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몰아가니 ‘거액을 들여서 신제품을 개발해 본들 뭐 하겠나’라는 나쁜 생각이 절로 든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돌아서는 기자에게 “소송과 (서울시) 감사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는 어디서, 어떻게 보상을 받느냐”며 다시 울먹였다. 지난 1991년 설립된 리트코. 200명의 직원과 매출 560억원을 올릴 정도로 건실하지만 코로나19도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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