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 일본 슈퍼컴퓨터에 삼성전자의 초고성능 D램이 탑재된다.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도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컴퓨터가 한국의 메모리반도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국립 이화학연구소와 후지쓰가 공동 개발한 슈퍼컴퓨터 ‘후가쿠’에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2’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가쿠는 지난달 전 세계 슈퍼컴퓨터 계산 속도 순위에서 미국과 중국의 슈퍼컴퓨터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후가쿠의 초당 계산 횟수는 41경6,000조에 이른다. 후카쿠는 소프트웨어와 빅데이터 분석 등의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1,100억엔(약 1조2,52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후가쿠에는 후지쓰가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 15만개가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올 초 슈퍼컴퓨터용 3세대 메모리인 HBM2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초당 4.2Gb(기가비트)까지 데이터 전달 속도를 높인 게 특징이다. 1초에 538GB(기가바이트)를 처리할 수 있으며 2시간짜리 풀HD 영화 110편을 1초 만에 판독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슈퍼컴퓨터에는 최고 성능의 D램이 필요한 만큼 일본이 삼성전자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고성능 서버 등에 쓰이는 프리미엄 메모리인 HBM은 5세대(5G) 이동통신 및 AI의 확산과 맞물려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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