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된 리츠들은 해외 투자에 적극적입니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가 가진 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고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해외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싱가포르 리츠의 80% 이상이 해외 자산을 편입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홍콩에 자산을 보유한 싱가포르 리츠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홍콩보안법과 이로 이한 정치적 혼란으로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에 투자한 싱가포르 리츠들이 점차 홍콩 비중을 줄이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싱가포르 상장 리츠 중 홍콩에 투자하고 있는 리츠는 두 개 입니다. 모두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100% 소유한 메이플트리가 스폰서인 ‘메이플트리 노스 아시아 커머셜 트러스트(MNACT)’와 ‘메이플트리 로지스틱스 트러스트(MLT)’ 입니다. 이중 MNACT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MNACT는 주로 동북아시아 지역 오피스와 리테일 등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리츠 입니다. MNACT는 현재 중국, 홍콩, 일본 세 나라에 투자 중인데 홍콩 비중이 가장 큽니다. 최근 발표된 실적(4~6월) 기준으로 총매출액은 홍콩이 46%, 중국이 28%, 일본이 2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순자산이익(Net Property Income) 기준으로는 홍콩이 46%, 중국이 31%, 일본이 23% 입니다. 그런데 MNACT의 4~6월 홍콩 총매출액은 4,340만싱가포르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0% 줄고, NPI는 3,170만싱가포르달러로 39.9% 감소했습니다. 반면 중국 총매출액과 NPI는 각각 7.3%, 7.04% 줄어들었습니다. 또 일본은 오히려 총매출액은 96.9%, NPI는 61.8% 증가했습니다. MNACT가 홍콩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연면적 11만 2,297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쇼핑몰 ‘페스티벌 워크’ 하나입니다. 페스티벌 워크는 73%가 리테일, 27%가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코로나19와 홍콩보안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로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오피스 비중이 높습니다.
물류센터 리츠인 MLT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MLT는 홍콩에 9개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월 실적 기준 23.9%로 싱가포르(35.7%) 다음으로 높습니다. 다만 MNACT와 달리 MLT의 홍콩 실적은 양호합니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되면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4~6월 MLT의 홍콩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01% 증가했으며, NPI는 11.72% 늘었습니다.
메이플트리가 스폰서로 있는 리츠 외에도 싱가포르 리츠 운용사가 홍콩에 투자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ARA가 운용하는 포춘 리츠(Fortune Reit)인데요. 다만 이 리츠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아닌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홍콩 리츠입니다. 이 리츠도 주로 홍콩 쇼핑몰에 투자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 매출액과 NPI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1%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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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정치적 이슈까지 겹치면서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 기피 현상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탈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거래 규모는 13억 1,6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했습니다. 홍콩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주요 10개국 중에서 2분기 연속 거래가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홍콩랜드홀딩스, 스와이어 프라퍼티스, 항룽 프라퍼티스와 같은 홍콩을 대표하는 부동산 기업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홍콩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싱가포르 리츠뿐만 아니라 큰손들의 홍콩 탈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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