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비가 많이 내리고 난 뒤 동네에 하수 냄새가 진동했어요. 아직도 정화조가 없는 집이 많거든요. 도시재생사업 5년째지만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개선된 게 없어요. 주민들이 재개발을 추진하는 이유죠.”
최근 서울경제가 찾은 서울 1호 도시재생 사업지인 서울시 종로구 창신·숭인구역. 지난 2015년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된 후 5년 만인 올해 초 도시재생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사람도 지나기 가파른 골목길을 가리키며 주거환경이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곳 주민들은 최근 공공재개발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간판 정책인 ‘도시재생’에 대해 시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전면 재개발과 달리 기존 도시를 유지·보수하는 도시재생만으로는 노후 저층 주거지의 낙후한 거주환경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실질적인 정책 전환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도시재생과 소규모 정비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연구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7월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대해 다양한 건축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신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정책 리포트에서는 이른바 ‘미니 재개발’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원인을 분석했다. 대규모 재개발의 대안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제도 도입 8년째인 현재 준공예정인 구역이 13곳에 그칠 정도로 사업 확산이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도시재생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지금까지의 도시재생은 공공성에만 치우쳐 있었던 측면이 있다. 사업 5년이 넘은 지금은 공공성과 사유재산권 행사 간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며 “도시계획의 측면이 아닌, 그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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