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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弗 '테슬라 모델3가격 약속도 못지켰는데…'2.5만弗 반값 전기차' 가능할까

[혁신 없었던 테슬라 배터리데이]

머스크 '年 2,000만대 생산 구상' 구체 시간표·근거 없어

수익률도 1% 그쳐 불안... "성능 개선 입증 오래걸릴 것"

값비싼 코발트 없는 배터리 개발 땐 목표 실현 가능성도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2020 주주총회 및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주차장. 240여명의 주주들이 테슬라의 ‘모델3’를 타고 연례 주주총회 겸 배터리데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검은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오르자 박수 대신 경적을 울려댔다. 머스크는 “이곳은 드라이브 인 극장”이라며 테슬라의 성공을 자신했다. 축제와 같았던 행사장에서 머스크의 계획에 환호성을 질렀던 주주들과는 달리 이날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머스크가 언급한 반값 배터리의 실현 시점이 지금이 아닌 3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월가에서는 “머스크는 3년 뒤 상황을 언급했는데 투자자들은 당장 내일 이뤄지길 원한다”며 “혁신이 아닌 기술개선 수준”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신기술과 생산계획을 공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지금의 리튬이온을 대체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전지)나 수명이 100만마일(160만9,344㎞)인 제품개발 소식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는데 이것이 무너진 것이다.

기대감이 우려로 바뀐 것은 그동안 테슬라가 내놓은 목표치가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 때문이다. 이날 머스크는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30~40% 늘어 50만대 안팎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사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는 앞으로 10년 동안 연평균 50%씩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적었다. 오는 2030년 2,000만대를 생산한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는 오랫동안 거창한 주장을 펴왔는데 중국에 공장을 새로 열고 4분기 연속 이익을 낸 뒤 그의 자율주행차와 생산목표 달성 실패가 잊혀져 왔다”며 “수년 전 머스크는 테슬라의 생산량이 2018년에는 50만대, 2020년에는 1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약속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머스크의 구상은 구체적인 시간표나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2020 주주총회 및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3년 뒤에나 본격적으로 나온다는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반값 전기차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앞서 머스크는 판매 확대를 위해 3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난해 테슬라의 평균 차 판매 가격은 5만달러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값싸고 대중적인 전기차를 판다는 이해하기 힘든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며 “그는 테슬라 모델3를 3만5,000달러에 내놓겠다고 해왔지만 이를 실현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값싼 신차 모델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면서 투자자에게 장난을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머스크는 가격 인하에 관한 주주의 질문에 “테슬라의 수익성이 미친 듯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4개 분기의 평균 수익률은 1% 정도”라고 시인했다. 시장에서 제기하는 낮은 수익률에 대한 우려를 인정한 셈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시장에 뛰어들면 테슬라의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많다. 머스크조차 결국 모든 자동차 회사가 장거리 전기차를 갖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제드 도르셰이머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것”이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테슬라가 (성능 개선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2020 주주총회 및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물론 머스크의 주장이 실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고 테슬라가 이 분야의 선구자임을 감안하면 수년 내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타 사마라스 카네기멜런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코발트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값싸고 신뢰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면 전기차의 능력을 정말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머스크 역시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를 재활용해 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자동화된 공장 몇 군데에서 자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의 주가 조정에도 올해 테슬라의 주가 상승률이 400% 수준에 달한다는 점도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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