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네치킨은 2018년 서울과 제주 일부 가맹점을 시작으로 피자도 판매 중이다. 굽네치킨의 ‘오븐구이’ 특징을 잘 살린 시카고피자, 스윗포테이토허니멜로 피자 등 총 4종의 피자를 사이드 메뉴로 구성했다. 굽네치킨의 사이드 메뉴매출은 올해 7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0% 늘었다.
#치킨과 피자를 함께 판매해 큰 인기를 끈 ‘피자나라 치킨공주’ 프랜차이즈 운영사인 ㈜리치빔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22.3%를 기록했다. 매출 규모가 달라 단순 비교가 쉽지 않지만 교촌치킨의 교촌F&B(10.3%)나 굽네치킨의 지앤푸드(6.6%) 등 보다도 높다. 치킨과 피자를 한꺼번에 시킬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이익률의 원동력으로 평가 받는다.
치킨 프랜차이즈 1세대 페리카나가 1세대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영역 파괴 없이는 생존이 힘들다는 판단이 보수적으로 알려진 페리카나를 인수합병(M&A)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배달 수요를 겨냥해 치킨도 팔고 피자도 파는 치킨가게, 피자도 팔고 치킨도 파는 피자가게가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065150)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얼머스-TRI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경영권 매각 거래로 매각가는 150억원이다. 얼머스-TRI리스트럭처링 측은 MP그룹 보통주 3,000만주 이상을 인수한다.
당초 MP그룹의 새주인이 결정된 2달 전만 해도 페리카나의 등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PEF가 브랜드 파워는 있지만 재무 상태가 나쁜 회사를 인수해 재구조화 하는 일반적인 구조조정 딜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최종 인수자에 페리카나가 등장했다. 티알인베스트는 또 다른 PEF인 얼머스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이달 1일 얼머스-TRI리스트럭처링조합을 설립했다. 이 얼머스-TRI리스트럭처링의 최대 출자자는 ㈜페리카나와 ㈜신정이다. 최대 출자자의 지분율은 69.3%다. 얼머스 측이 페리카나를, 티알인베 측이 신정을 각각 출자자로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페리카나와 신정은 아직은 단순 펀드 출자자다. 하지만 향후 MP그룹의 경영상황이 개선되면 페리카나가 미스터피자를, 신정이 MP그룹 내 화장품 기업 ‘MP한강(219550)’을 찢어서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다.
미스터피자는 국내 24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도 매장 114개를 갖고 있다. 이밖에 수제머핀과 커피 전문점 마노핀도 운영 중이다. 치킨 사업 위주인 페리카나가 출자자로 참여해 향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피자업체를 품기 충분하다.
외식업계의 영역파괴는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명 프렌차이즈 치킨업체들은 피자 뿐 아니라 햄버거에서부터 수제맥주, 베이커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교촌은 교촌리얼치킨버거를 전국 310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치킨은 주로 저녁 시간대에 판매되는 제품이어서 낮에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데 이 낮 시간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미 피자 업체들은 사이드 메뉴로 닭날개 등 치킨 제품을 판매해왔다. 최근 PEF로 주인이 바뀐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역시 낮에는 햄버거를, 밤에는 치킨을 판매한다.
페리카나는 최근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454억원으로 전년(46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임직원 급여 등 판관비가 54%나 급증하면서 영업이익은 4억3,000만원으로 7분의 1토막이 난 바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MP그룹의 미스터피자는 1990년 영업을 시작해 올해 30주년을 맞은 회사다. 지난해 매출 522억원, 올해 반기에는 223억원을 기록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음식점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배달 음식 수요 증가로 비교적 선전하는 모습이다. 페리카나가 미스터피자를 인수하면 향후 배달 음식 시장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편 페리카나 외에 출자자로 나선 신정은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하는 업체일 것으로 보인다. MP그룹 내 또 다른 주요 사업인 MP한강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다. MP한강은 올해 반기 매출 161억원에 총포괄손실 5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EF를 활용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신사업 진출 타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라며 “페리카나가 미스터피자를 품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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