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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일침, "노동법도 개정하자…노동유연성 후진국 수준"

勞 성역 건드린 김종인…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될까

김종인 ‘노동관계법 개정’ 제안

勞·與 반대에 법안처리는 불투명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노동과 임금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정부 여당에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을 두고 김 위원장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힌 “만악의 근원이 기업 노조에서 비롯됐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 당사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뿐 아니라 노동관계법도 함께 개편할 것을 정부에 제의한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의 여러 현상이 변화해야 하는데 한가지 성역처럼 돼 있는 게 우리나라의 노동관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4차산업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노동시장 상황을 후진국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고용·해고 관행은 141개국 중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 유연성은 84번째”라며 “모두 후진국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해고 관행 순위가 높은 나라일수록 고용과 해고가 유연하다.

김 위원장이 노동관계법 개정을 ‘기업규제 3법’ 입법과 연계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협상의 지렛대’로 쓰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 입법에 동조한 야당에 화가 난 경영계를 달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이 ‘노동권 강화’를 앞세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종인(오른쪽 두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과 임금 유연성 제고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라는 저서에서 “노동 유연성을 한층 강조해 임의로 정리 해고할 수 없는 현행 노동법을 개정, 젊은 세대와 자식 세대를 위해 아버지 세대가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고록에서는 노동 유연성 제고를 가로막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에서 노총은 완연한 정치집단이 됐고 서로 정치적인 선명성 경쟁을 하느라 앞 다퉈 과격해지는 중”이라고 노동조합에 날을 세운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인식은 지난달 14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변함없음’이 확인됐다.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차기 집권을 생각하지 않고 ‘어젠다 2010’이라는 노동개혁을 완료해 독일은 지난 10년간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며 “175석의 여당이 국가 장래를 위해 노동개혁을 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 역량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가 밝힌 노동개혁의 방점은 노동 유연성 제고에 찍혀 있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6년 1월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마련을 통해 사실상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해고’와 ‘노조 동의를 필수 요건으로 하지 않는 임금체계 개편’을 허용할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그의 입장을 따져 물을 정도였다. 당시 그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민주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내기보다는 소신을 숨긴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그가 노동 관계법 개정을 정부 여당에 공식 제안한 시점이다. 김 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까지는 노동 관계법이 성역시됐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갖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 입법에 동조하고 나선 야당에 화난 경영계를 달래기 위한 카드 아니냐는 것이다. 여당이 ‘노동권 강화’를 위한 노동 관계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종의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규제 3법 입법에 대한 경영계와 국민의힘 내부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노동 관계법 개정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 일종의 돌파구가 되지 않겠느냐”며 “노동 관계법 개정을 추진 중인 여당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노동 관계법 개정이 노동·임금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노동 유연성 제고를 ‘쉬운 해고’로 보고 있는 양대 노총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175석의 민주당 의석수를 감안하면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누더기로 만들지 않고 일반 해고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등의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경제혁신위원장인 윤희숙 의원이 서울경제와 만나 밝힌 일반 해고를 허용하는 대신 노사가 금전으로 갈등을 해결하도록 하는 방안 역시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져야 실현이 가능하다.

법 개정이 쉽지 않다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서도 노동·임금 유연성은 제고될 수 있다. 단 정부가 나설 가능성은 여당이 법 개정할 가능성보다 더 적어 보인다. ‘노동존중사회’를 내걸고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같은 해 9월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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