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보험 업계가 매년 9만~10만명에 이르는 보험사기범을 적발하는 가운데 12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억울한 소비자를 양산하는 무분별한 보험사기 적발 행태가 쟁점화됐다.
이날 국감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금융 당국이 9만3,000명에 이르는 보험사기범을 적발했지만 실제 기소는 832명에 불과했다”며 “보험사기범을 잡는다면서 금융 당국이 나서서 억울한 소비자들을 보험사기범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날 ‘특전사 보험사기’에 연루돼 1년8개월을 복역한 신 모 씨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특전사였던 신 씨는 특전사 출신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KB손해보험의 보험상품을 가입했고 군 생활 중 부상으로 1억3,000만원 상당의 후유장해 보험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전역 후 KB손해보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의 보험사기 조사를 받게 됐다. 당시 경찰 출신의 SIU팀장은 신 씨에게 “보험 사기를 저질렀으니 교도소에 가야한다”고 통보했고 이후 신 씨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 조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강압 수사 끝에 허위자백을 강요받았고 이에 따랐다가 처벌을 받게 됐다는 게 신 씨와 전 의원의 주장이다. 이후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다른 특전사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전 의원은 “KB손보가 신 씨를 보험사기범으로 몰았던 증거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점과 고액의 보험료를 냈다는 것뿐이었다”며 “문제는 신 씨를 보험사기범으로 몰아 복역하게 해놓고 공모를 주장했던 보험설계사와 손해사정사는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신 씨의 사례를 통해 보험사의 권한 남용을 막을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정에 따라 보험사 수사권한이 확대됐고 대다수 보험사는 경찰 출신 조사인력을 채용해 보험사기 대응력을 강화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선지급하지 않기 위해 수사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보험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10명의 범죄자를 잡는 것보다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보면 지금의 보험사기 조사 관행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며 “보험사기 분쟁 발생 시 보험사와 보험계약자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비대칭성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보험사기 조사업무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다”며 “보험사기 조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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