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닝 시즌’의 첫 타자였던 대형 은행들이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성과를 내놓은 가운데 KB·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4대 대형 은행들이 발표할 성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이번 분기 당초 예상보다 준수한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목표주가를 높이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5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올 3·4분기 순이익 94억4,000만달러(약 10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주당 순이익은 2.92달러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2.23달러를 뛰어넘었다. 씨티그룹도 32억달러(약 3조7,000억원)의 순이익과 1.4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나타내면서 시장 전망(0.93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시장 전망을 넘어선 성적을 내놓았다.
국내 대형 은행의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올 3·4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합계는 2조9,648억원으로 집계된다. 전년 동기(3조2,440억원) 대비 약 8.60% 감소한 것이지만 전 분기(2조6,850억원) 대비 약 10.42% 개선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수치다.
은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대출 증가세가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가계대출의 최근 월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6월 5.4%, 7월 5.7%, 8월 6.2% 등으로 점차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시중금리의 반등세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또 사모펀드 이슈도 점차 해소되는 양상이며 건물 매각 등 일회성 요인까지 고려하면 나름 선방하는 성적을 올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투자의견도 조정하고 나섰다. KTB투자증권은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의 목표주가를 각각 4만4,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3만4,0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높였다. 미래에셋대우도 하나금융의 목표가를 3만7,5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기대를 웃도는 성적과 별개로 주가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실제 실적 발표 당일 JP모건체이스와 씨티는 각각 1.62%, 4.80% 하락 마감했으며 이날 국내 4대 은행은 혼조세를 보였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설명이 나온다. 수급적 불안도 크다. 특히 외국인들은 대규모 매도를 이어가며 훼손된 투자심리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번주 외국인은 신한지주(055550)와 KB금융을 각각 820억원, 353억원 순매도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경기가 바닥을 확인한 것은 분명하지만 추세적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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