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첫 수혜자가 되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전날 만기가 돌아온 35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상환했습니다. 시장성 자금 조달을 활발히 해온 곳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지난 2월 이후 발행이 뚝 끊겼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인수를 논의하면서 유상증자 등 재무개선안이 가시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지난달 현대산업개발과의 주식매매계약이 공식적으로 해지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악화일로하고 있습니다. 국제여객 수요 급감과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추가 계상, 환율 상승, 불어난 이자비용 등 대규모 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2,366.1%의 부채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자본잠식률이 50%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인수계약 해지 후 채권단은 범정부 차원의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조3,000억원의 신용 대출 라인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안기금을 통해 약 2조4,000억원의 추가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입니다. 채권단의 영구전환사채 전환권 행사, 유상증자 등 추가 재무적 지원 가능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기안기금 운용을 맡은 기안기금운용심의위원회는 전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2조4,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의결했습니다. 기금 재원은 연간 40조원 한도 내에서 정부보증 특수채 형태로 조달됩니다. 현재 정부가 보증하는 특수채는 예금보험공사의 상환기금채권과 한국장학재단채권 2개 뿐입니다.
이번 기금채 발행 금리는 다소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3년 만기 정부보증채의 경우 1% 초반으로 평가되지만 낮은 신용도와 침체된 업황 영향으로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첫 기금채 발행규모는 2,400억원(3.6년 만기)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발행금리가 결정됩니다. 이날 수요예측을 통해 다음날 최종 발행될 예정입니다.
지원 규모와 발행 금리에 대해 시장에서는 아직 우려하는 분위기가 큰 상황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자본 성격이 내포된 전환 영구채는 지난해 5,000억원, 올해 3,000억원이며 이번 기안기금 안에서도 4,800억원 등 일부에 불과하다”며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 악화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도 “세계적으로 2차 팬데믹 우려가 큰 가운데 항공사들의 실적 회복 시점이 요원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고금리 사채에 가까운 상황에서 앞으로 불어난 이자비용이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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