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만 39세인 박모씨는 1986년생 지인과 함께 지난달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에 있는 한 건물을 매입했다. 가격은 92억원. 약 50%의 대출에 지인과 6대4로 지분 투자를 했다. 이 건물은 근린생활시설로 A씨와 지인 모두 이번 투자로 보유 주택 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컨설팅 업체 리얼티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임대가 모두 채워져 만실인 상태지만 A씨는 월세 수익보다는 추후 시세차익을 통한 자본투자 수익을 더 노리고 있다”며 “이 지역 상권이 각광받고 있다 보니 개인 사업용이 아닌 투자용으로 매입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정부가 주택 시장을 더욱 옥죄는 가운데 올 3·4분기 중소형 빌딩시장에 30대 자산가도 가세하면서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1,0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금액은 3조1,700억원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분기 개인 거래 가운데 30대는 73건으로 직전 분기 18건과 비교해 네 배 넘게 뛰었다. 40대와 50대의 거래량(각 86건)에 견주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200억원 미만의 꼬마빌딩 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 예로 30대가 접근할 수 있는 50억원 미만 ‘꼬꼬마빌딩’의 거래량은 직전 분기 94건에서 지난 3·4분기 170건으로 증가 폭이 무려 80.9%에 이른다.
◇예상 깨고 늘어난 중소형 빌딩 거래=이진석 리얼티코리아 부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거래량 감소를 예측했지만 오히려 거래금액·거래량 모두 늘고 있다”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100억원 미만 꼬마빌딩에 대한 수요가 높고, 실제 거래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30대 부부인 김모씨와 이모씨도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이면도로에 있는 코너 건물을 36억원에 매입했다. 절반인 18억원이 차입금이고, 김씨 부부가 투자한 현금도 절반인 18억원이다.
시장에서는 3·4분기 들어 중소형 빌딩 매매시장이 폭발한 것에 대해 주택규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2·16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전면금지된 것은 물론 7·10 부동산대책을 전후해 2주택자의 취득세 부담이 기존 1~3%에서 8%로 급증했다. 역삼동 빌딩을 36억원에 매입한 이들 부부 역시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를 한 채 더 구매해 취득세나 보유세 등의 부담을 지는 것보다 빌딩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국 리얼티코리아 팀장은 “대개 빌딩 투자자들은 이미 자가 주택을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추가 아파트를 사면 부담이 되는 반면, 상업용 빌딩은 주택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이에 주택규제를 피해 상업용 빌딩 투자로 나선 수요가 전체의 30%는 될 것”이라고 전했다. 3·4분기 거래금액 약 3조원 중 1조원가량이 주택규제의 풍선효과로 상업용 빌딩 시장에 넘어온 자금이라는 추정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투자지원센터 부장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이 금지된 후 20억원 강남 아파트에 투자할 경우 전액 현금을 주고 한 채를 살 수 있지만, 상업용 건물은 대출이 가능해 같은 현금으로 약 40억원짜리 건물을 구매할 수 있다”며 “건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릴 수 있으니 꼬마 빌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가 공실률은 급증, 옥석 가리기 본격화=이 같은 요인 외에 자산가들이 아파트 대신 빌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중의 유동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상업용 빌딩을 찾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을 결정하는 상가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이 평균 12.4%, 소규모가 6.5%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악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8.5%로 집계됐는데, 특히 강남대로(16.4%)와 화곡(12.9%) 지역에 빈 상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5.7% 수준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영향으로 명동·이태원·종로 등의 공실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태원은 30.3%, 명동은 28.5%, 종로는 10.2%의 공실률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빌딩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부장은 “실제 코로나19 이후 타격을 받은 이태원이나 명동의 경우 공실이 늘어 고객들도 선호하지 않고 있다”며 “외부인 상권이 아닌 내부 수요가 탄탄한 강남 지역의 선호 현상이 더 강해지고 이에 강남 빌딩의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