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우편투표를 둘러싼 소송전이 최악의 경우 연방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연방대법원이 과거 우편투표를 놓고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주별 사안에 따라 입장을 달리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왔다. 하지만 여태껏 판결에 참여하지 않은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연방대법관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위스콘신주에서 우편투표 접수·개표 기한을 엿새 연장해달라는 민주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위스콘신주 연방지방법원이 개표 기한을 연장한다고 판결했지만 연방항소법원이 이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다시 결정해달라는 민주당의 요청을 대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은 5대3으로 항소법원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보수성향 대법관 4명과 입장을 같이한 결과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주의 선거 절차에 연방지방법원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판단의 핵심 사유로 내세웠다. 주 선거 절차에 관한 권한은 각 주 당국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는 펜실베이니아에 대한 판결에서도 적용됐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1일 펜실베이니아에서 대선 후 사흘 안에 도착하는 표도 집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표 기간 연장을 인정한 펜실베이니아 주 대법원의 지난 9월 판결에 공화당이 반발해 제기한 심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연방대법관은 ‘4대4’ 동수로 갈라졌고 공화당의 요청은 결국 기각됐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번에는 진보 성향 대법관 셋과 의견을 같이했다. CNN은 “이때 로버츠 대법원장의 판단 근거 역시 주 대법의 결정에 연방대법원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고 설명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2005년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임명된 보수 성향의 법관이다.
다만 최근 임명된 배럿 대법관이 결정에 참여할 경우 보수 측 우위가 굳어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럿 대법관은 지금까지는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사건 심리를 담당할 때 그가 보수 대법관들과 의견을 같이하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대법관들과 함께하더라도 5대4로 보수 우위 구도가 마련된다. 특히 배럿 대법관은 앞서 자신의 청문회에서 선거 관련 소송을 기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선거에서 그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