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의 자녀 A는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수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다. 사회초년생인 A는 아버지에게 빌린 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과세당국의 조사 결과 아버지로부터 아파트 취득자금 수억원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탈루하기 위해 허위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수억원을 추징당했다.
#어머니 B의 사업체에서 근무하며 소득이 미미한 연소자 C는 고액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고가 아파트의 분양권을 취득한 뒤 중도금 및 잔금을 납입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수억원의 분양권 매수대금과 잔여 분양대금 수억원을 대납해 자녀가 취득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다주택자인 어머니 D는 수억원대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분양권을 무주택자인 아들 E에게 프리미엄 수천만원만 받고 양도했다. 그러나 양도일 전후 3개월 이내 동일 평형, 동일 기준시가의 분양권은 수억원의 프리미엄으로 다수 거래됐다. 어머니는 시세보다 저가에 분양권을 양도해 양도소득세를 덜 냈고, 아들은 시세와 양도가의 차액을 사실상 증여받으면서도 증여세를 물지 않았다.
국세청은 17일 일명 ‘부모찬스’를 이용해 분양권 거래 또는 채무관계로 편법으로 증여세 등을 탈루한 혐의자 85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중 분양권 거래 과정에서의 탈루혐의자 46명이 적발됐다. 자녀가 분양권을 취득한 후 부모가 중도금을 대납하거나 분양권 매매시 실제 거래한 금액보다 낮게 계약서를 작성한 다운계약을 하거나 분양권을 양도하고 신고하지 않아 양도세를 탈루했다. 채무이용 변칙증여 혐의자는 39명이다. 부동산 등 거래 과정에서 자녀의 채무를 부모가 대신 변제한 경우, 부모 등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면제받은 경우, 실제 증여받았음에도 허위로 차입 계약을 한 경우가 적발됐다. 특히 최근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인기 아파트단지의 분양권이 거래되고도 세금 신고가 없어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양측이 전매제한기간에 분양권을 수억원에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은 전매제한이 해제된 후 수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것인 양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대금을 현금으로 주고받았다. 이들은 전매제한기간에 분양권을 거래했기 때문에 해당 분양권 당첨도 취소된다.
국세청은 편법증여가 확인되면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를 추징하고 부동산 거래 관련 법령 위반 내용을 관련 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조치한다. 다운계약 등 거짓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 양도세 비과세·감면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적용이 배제된다. 국세청은 채무를 가장한 편법증여에 과세하기 위해 ‘부채 사후관리’를 통해 장기간 특수관계인간 채무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점검 건수는 전년의 2배인 1만5,000건으로 확대했고, 추징세액도 49억원에서 159억원으로 늘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앞으로도 주택 및 분양권 등의 거래 내역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정교하게 다운계약 등 비정상 거래를 상시 포착하겠다”며 “향상된 과세인프라를 통해 취득·보유·양도 등 부동산 거래 관련 전 단계에서의 편법 증여를 통한 세금탈루 혐의를 더욱 촘촘하게 검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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